
신은 우리에게 낮잠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세바스티앵 스피처 지음│이주영 역│프런티어│2만원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용기다. 성과주의와 지나치게 많은 인간관계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낮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몸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이자 철학자들이 수천 년간 탐구해온 삶의 본질에 가닿는 가장 소박한 길이다.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꺾을 수 있다고 믿었던 저자는 어느 날 허리가 꺾였다. 그리고 정골 치료사에게 진료를 받고서야 깨달았다. 몸을 치유하고 삶을 일으켜 세우는 최고의 치료법은 낮잠이라는 사실을.세바스티앵 스피처 지음│이주영 역│프런티어│2만원
이 책은 프랑스 최고의 철학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간 직후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세계 각국에 판권이 팔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은 화제작이다. 저자 세바스티앵 스피처는 데뷔작 ‘우리가 짓밟는 이 꿈들(Ces rêves qu’on piétine)’로 스타니슬라스상을 비롯하여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프랑스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작가다. 휴식의 진정한 가치를 담은 철학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는 ‘낮잠’이라는 소소한 행위를 통해 삶과 철학, 역사와 과학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배우는 지루함의 미덕,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다 얻은 영감, 아인슈타인이 열어젖힌 우주의 비밀, 그리고 중국 헌법이 보장하는 ‘낮잠의 권리’까지 다채롭게 탐험한다.
노자의 무위에서 파스칼의 팡세까지 넘나들며, 에디슨의 전구에서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피로사회’ 현상까지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묻는다. 왜 우리는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가. 왜 잠을 적게 자는 것이 존경받는 세상이 됐는가.
성경이 널리 읽히면서 노동은 신성시되었고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는 낮잠을 시간 낭비이자 집단적 거부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래 밤은 낮이 되었고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속에서 인간의 생체리듬은 교란되었다. 현대 의학은 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져 병이 생긴다고 분명하게 경고한다. 저자는 이 모든 역사와 과학과 철학을 한데 엮으며 현대 사회가 낮잠을 왜 금기시하는지 그 뿌리를 파헤친다.
이 책이 그리는 낮잠의 세계는 놀랍도록 넓다. 1968년 프랑스 영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의 주인공 농부는 억지로 일하던 삶을 접고 침대에 누워 최고의 행복을 맛보았고,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그림 속 보초병은 낮잠을 자다가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빅토르 위고는 손녀의 낮잠을 바라보며 육아에 지친 어머니들의 본심을 시로 표현했다. 낮잠에는 때가 있고, 낮잠에는 미덕이 있으며, 낮잠에는 우아하게 반항하는 지혜가 있다. 낮잠은 삶의 본질을 되찾는 가장 안전하고 산뜻한 방법이다.
오늘날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남들은 누리는 좋은 기회나 경험을 나만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에 사로잡혀 잠조차 아까워하는 시대이다. 수면마저 상품이 되어 앱과 디지털 센서와 화려한 마케팅이 숙면을 점령하는 시대에 이 책은 묻는다. 쉬지 않고 달려서 도착한 그곳에 과연 진정한 쉼이 있을까.
30분만 눈을 붙여도 우리의 두뇌는 활성화되고 더 뛰어난 효율을 발휘한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개운해진다. 김종원 작가는 추천사에 “멈추지 않고 뛰기만 하는 사람은 영원히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모든 삶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할 수 없다면 그 인생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낮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진정한 쉼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눈을 감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은 우리에게 낮잠이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남궁훈 한경매거진앤북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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