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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고유번호 지우고, 5단계 걸쳐 자금 세탁

입력 2026-03-12 17:54   수정 2026-03-13 01:28

코스닥시장 상장 업체 A사가 러시아에 배터리 장비를 처음 수출한 시점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러시아 수출 규제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대되면서 회사 측 배터리 장비가 수출 규제 품목에 오르자 거래처인 러시아 기업과 짜고 우회 수출을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불법 수출을 들키지 않으려고 다양한 조치를 했다. 배터리 장비를 우회 수출하는 과정에서 원산지(한국)가 드러나지 않도록 제조 시리얼 넘버와 제조업체명을 지웠다. 원산지 증명서 관세 대장은 기재하지 않았다. 수출대금은 4~5단계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수령했다. 러시아 거래처가 유럽 은행에 돈을 보내면 중국권 업체가 대신 받아 A사에 건넸다. 금액도 서너 차례 나눠서 수수했다. 최종 대금은 위안화로 받았다. 금융당국에 들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됐다.

A사 경영진은 러시아 수출 사실이 적발되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물류업체, 관세사 등이 “정부가 금지하는 불법 수출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일부 배터리 업체는 러시아 업체와 관련된 한국 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우회 수출 정황을 감추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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