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래보다 1년 빨리 프로로 전향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덕분에 그로부터 1년 뒤 만 17세가 되었을 때 선발전 없이 직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시드전에 참가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했다.아마추어 때 바라본 프로 무대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많은 분의 응원을 받는 프로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하지만 그 무대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성적, 인터뷰, 외모 등이 늘 평가 대상이 됐기 때문이었다. 성적에 대한 질타는 견딜 수 있었다. 나도 성적이 좋지 못한 건 싫었기에 더 노력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좀 다른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인터뷰에서 말을 너무 잘한다며 미움을 살 때도 있었다. 내 치마 길이는 항상 같았지만, 성적이 좋아지니 치마가 짧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는 프로이지만 고등학교 3학년 소녀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관심이 힘들었다.
나는 투어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대학교에서 은퇴 후의 길을 찾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보통 목·금요일은 대회장에 있었기 때문에 수업은 월·화·수요일 3일 동안 몰아서 들어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야 연습할 시간이 생겼다.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골프 성적은 더 좋아졌다. 오히려 대학 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면서 연습 기회가 생겼을 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골프에 질리지 않는 ‘균형’이 생겼다.
체육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골프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역학을 통해 골프 스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생리학을 공부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필요한 트레이닝과 영양 섭취를 알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다른 직업을 가질 줄 알았던 나는 계속 투어 선수 생활을 했다. 대중에게 받는 응원과 관심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프로라면 견딜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덕분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교육 시스템에 아쉬움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은 골프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기도 어려운 구조 안에 있다. 선수들에게 외국처럼 홈스쿨링을 선택해 온전히 운동에만 집중하거나,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니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주니어 대회가 주말에 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원제 골프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골퍼들의 도움도 필요한 문제다. 해외에서 우리 선수들의 우승이 과거보다 줄어든 점을 아쉬워하기에 앞서 주니어 선수들을 더 잘 키워낼 방법을 함께 생각해주신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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