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2일 21: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부터 상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반영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나선다. 일부 상장사가 정관 변경을 통해 전자주주총회,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12일 “주주가치 제고 및 기금 수익성 증대를 위해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는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세 차례에 걸쳐 추진했는데, 일부 기업들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안건을 상정한 점을 문제로 본 것이다.
국민연금은 우선 이사 수 상한을 신설하거나 축소하는 정관 변경 안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기로 했다. 일반주주의 주주제안권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반면, 정관을 고치지 않아도 적정 규모의 이사회 운영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감사 정원을 신설하거나 줄이는 안건도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가능성을 좁힐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방침을 세웠다.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꾸는 식의 유연화 안건 역시 사실상 시차임기제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반대하기로 했다.
전자주주총회를 정관으로 배제하는 안건에도 제동을 건다.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전자주총 개최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정관으로 막으면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자기주식 관련 안건은 더욱 엄격히 들여다본다. 경영상 목적을 이유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처분할 수 있도록 정관상 근거를 마련하는 경우 최대주주 단독 찬성만으로 주총 통과가 가능한지, 일반주주 의견을 반영할 별도 장치가 있는지 등을 따져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도 취득 당시 공시 목적과의 일관성, 계획의 구체성·합리성, 주주가치 훼손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사안별 판단에 나선다.
국민연금은 이번 정기주총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의 사전 공개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기존 ‘지분율 10% 이상 보유 기업’ 중심에서 ‘5% 이상 보유 기업’ 등으로 공개 대상을 확대해 의결권 행사 투명성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정관 변경 안건까지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상장사 이사회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감시 역할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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