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나 상가를 정리한 자금 또는 집을 사려고 묵혀놨던 자금을 싸들고 와 증에 투자하는 사례가 꽤 늘었죠."
박경아 KB국민은행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부센터장(사진)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원래라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야 할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는 30억원 이상 예치한 자산가가 주요 고객이다.
자산가들이 부동산 대신 주식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주식과 부동산의 수익률 차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3119.41을 기록했다. 3000선을 등락하던 지수는 지난달 26일 6307.27까지 치솟으면서 3187.86포인트, 상승률 기준 102.19% 뛰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은 어땠을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 집값은 해당 기간 7.14% 오르는 데 그쳤다. 심지어 지난달 마지막주엔 마이너스를 기록해 집값이 되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박경아 부센터장은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겠지만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넘어서면서부터 자산가들이 슬슬 주식 시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엔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오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부동산을 매수하려고 가지고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렸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반포 같이 핵심지는 부동산 자산도 알짜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 '똘똘한 한 채'를 팔아 주식시장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외곽에 있는 부동산을 팔거나 상가를 정리한 뒤 더 좋은 상가를 사려다 보유하고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튼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상가 혹은 아파트를 매수해 월세를 놓는 방식으로 굴리려고 했다면 연 3~4% 수익률에 그쳤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치솟는 것을 본 자산가들이 부동산보다는 주식에 더 큰 매력을 느끼면서 '차라리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 부담도 부동산보다는 주식을 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혔고 향후 보유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서도 보유세 강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보다는 주식을 택하게 된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증여세나 상속세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본다"며 "예컨대 현시점에 반포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했다가 향후 증여하게 된다면 해당 자산이 큰 폭으로 뛰어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이 큰데, 적은 돈을 미리 증여해주고 해당 자산을 주식으로 불려주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고 주식 투자에 나선 자산가들이 주목한 분야는 단연 반도체 업종이다.
박 부센터장은 "압도적으로 반도체주를 주목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먼저 관심을 두고 해당 종목에서 수익을 경험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관련 장비주 등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과 꼬박꼬박 현금이 나오는 월배당주 등도 이들의 관심사였다"고 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반도체 섹터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최근엔 코스닥시장에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었다"며 "다만 코스닥시장 내에 있는 특정 종목을 찾기보다는 코스닥시장 전반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데 관심이 많다"고 판단했다.
투자 자산을 찾는 속도도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는 "과거엔 대부분 주식시장 꼭지에 뒤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선 상당히 빠르게 움직인다"며 "한 발 빠르게 문의하고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하면 선제적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에도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불패' 인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박 부센터장은 "일부 고객은 여전히 '잠시 대피하는 것'이라면서 주식을 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주식시장에서 실제 수익을 거두면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맹신하지 않고 한 번 더 돌아보기도 한다"며 "국내 최상급지인 강남 3구에서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린 자산가들이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한 변화"라고 짚었다.
이어 "향후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 정책과 맞물려 금융자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자산 배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경아 부센터장은 2024년 1월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반포센터를 신규 오픈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진 서울숲PB센터 오픈 멤버로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잠실롯데 PB센터, 도곡PB센터 등 자산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PB 활동을 이어왔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