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미국 신경기술기업 뉴럴링크는 놀라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별도의 물리적 조작 없이 오직 생각만으로 비디오게임 ‘마리오 카트’를 플레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환자의 뇌 피질에 이식된 ‘텔레파시’ 칩 덕분에 가능했다. 이 칩은 뇌파를 실시간 디지털신호로 변환해 컴퓨터에 전달한다. 환자는 이 기술로 온라인 체스를 즐기는 등 일상적인 컴퓨터 조작을 자유롭게 수행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럴링크는 지금까지 사지 마비 환자 20여 명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뇌 임플란트’ 기술을 선보여왔다. 지름 23mm, 두께 8mm의 동전 크기인 텔레파시 칩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전극을 사용한다. 뇌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신경신호를 읽고 자극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올해 뉴럴링크는 시각장애인의 뇌 시각 피질에 전극을 연결해 뇌가 시각을 지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 ‘블라인드 사이트’의 임상시험도 앞두고 있다. 뇌의 시각 담당 부위에 직접 신호를 전달해 눈이 없어도 사물을 인식하게 돕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중국의 BCI 기업도 성과를 냈다. 뉴로엑세스는 사지 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해 5일 만에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제어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것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인 BCI로 가능하다. 핵심 원리는 간단하다.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은 생각할 때마다 미세한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BCI 장치는 이 아날로그신호를 포착해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신호 0과 1로 변환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AI는 뇌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하고 파편화된 신호들 사이에서 노이즈를 제거한다. 이로써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완전한 문장으로 복원한다. AI는 뇌에 칩을 직접 삽입하지 않고 도구를 통해 뇌파를 분석하는 비침습형 방식의 기술 정밀도 향상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미국 카네기멜런대 연구팀은 머리에 쓰는 헤드셋 형태의 장치만으로 뇌파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통해 로봇 손가락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BCI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싱크론은 두개골을 열지 않고 혈관에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미 환자 여럿이 일상에서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는 뇌를 찌르지 않고 표면에 얇은 필름 형태의 전극을 얹어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BCI 기술은 치료 목적을 넘어 상업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게임 플랫폼 밸브는 VR 헤드셋에 뇌파 센서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게이머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루함, 흥분, 공포 등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장치다. 작년부터는 AI 알고리즘이 고도화됨에 따라 사용자의 심리적 몰입도를 수치화하는 기술이 정밀해졌다. 만약 게이머가 지루함을 느끼면 게임 시스템이 이를 즉시 감지해 적의 출현 빈도를 높이거나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반대로 게이머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난도를 낮춰 몰입감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사용자의 뇌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뇌 신호의 데이터화는 곧 개인의 생각이 해킹당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간의 정신적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뉴로 라이츠(신경 권리)’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뇌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에게 명시하고, 기술 개입으로부터 인간의 정신적 자유를 지키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요지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의 핵심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이 내보내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것이다. 장치는 이 아날로그신호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신호(0과 1)로 변환해 기기를 제어한다. 최근에는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이 결합하며 기술이 한층 정교해졌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