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지식이 없어도 지문을 잘 읽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수능 국어와 관련해 이런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수능 국어는 독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지 암기력이나 사전 지식을 시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막상 실전은 다릅니다. 지문 속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어 문제를 풀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외계어 같은 과학과 경제 지문 앞에서 무너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키마(schema), 즉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배경지식은 비문학 지문을 정복하는 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와 연결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만약 기축통화라는 개념을 이미 알고 있다면 환율과 금리의 상관관계를 다룬 경제 지문을 읽을 때 기축통화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낯선 단어 하나의 의미를 파악하느라 발목을 잡힙니다. 외국어로 된 글을 읽을 때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게다가 비문학 지문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단어의 의미나 개념 사이의 관계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지문만으로는 알기 힘든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스키마입니다.
스키마가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심리적 압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긴장한 채로 시험을 보는데 생소한 말이 나오면 긴장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하지만 ‘아, 이거 유튜브에서 본 슈뢰딩거의 고양이 얘기네’ ‘사회 시간에 배운 수요·공급 곡선을 응용한 것이구나’라는 자각이 드는 순간 긴장도는 낮아집니다. 아는 내용이 20%만 있어도 나머지 80%의 생소함을 견뎌낼 맷집이 생깁니다. 이러한 심리적 우위는 실수를 줄이고 정답률을 높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경지식은 어떻게 쌓아야 할까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기출문제 지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기출 지문을 단순히 문제를 풀어보는 용도로만 쓰지 말고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신문이나 책처럼 활용하면 수능 지문에 익숙해지는 동시에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습니다. 지문 독해로 끝내지 말고 지문에 나온 내용을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의 지문도 읽어보며 배경지식을 늘리고, 수능 국어에 자신감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인우 대전대 한의학과 2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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