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은 전쟁 발생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 으레껏 안전자산으로 추천됐다.”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 빵집. 대전을 찾는 방문객들은 으례 이 역사(驛舍) 빵집에 들러 빵을 사 간다.” 두 문장에 공통으로 들어간 말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으레껏’과 ‘으례’는 형태는 살짝 다르지만 ‘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란 의미로 쓰인, 같은 말이다. 이 말은 또 ‘으레’ ‘의례’ ‘으례히’ 등 여러 형태로 쓰여 헷갈리게도 한다. 이 중 ‘으레’ 하나만 바른 말이고, 나머지는 다 비표준어다.
‘의’가 ‘으’로 바뀐 것은 좀 더 빨랐다. 1973년 양주동 감수 <새국어대사전>과 1982년 민중서림 <국어대사전>만 해도 ‘으례’가 표준어였다. 지금도 ‘으레’ 표기가 헷갈리는 까닭은 이 말이 애초에 한자어 ‘의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한자 의식이 희미해져 고유어인 듯 착각하게 하는 말이 꽤 있다. 한자어를 우리말 안에서 외래어로 분류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넓은 개념으로 본다면 일종의 ‘귀화어’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귀화어’란 외래어가 우리말 안에 들어와 오랜 세월 사용되면서 외래어 느낌이 없어지고 우리말에 뿌리내린 말이다. 담배(tabaco), 빵(pao)을 비롯해 붓(筆), 가방(kabas), 구두(kutsu[靴]), 가마니(kamasu[?]), 고무(gomme), 배추(白菜), 사냥(山行), 짐승(衆生)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딱 봤을 때 외래어나 한자어 같지 않고 마치 고유어인 줄 착각하기 쉬운 말이라는 것이 외래어와의 차이점이다.
‘말의 자연스러움’ 정도로 우리말의 구성을 나눠볼 수 있다. 단계별로 고유어에서 시작해 한자어, 귀화어, 외래어, 외국어로 구별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자연스러움이 떨어진다. ‘고유어’는 ‘순우리말’ 또는 ‘토박이말’이라고도 한다. 얼굴, 코, 입, 눈, 아버지, 어머니, 하늘, 땅 등처럼 본디부터 있던 말을 가리킨다.
‘외래어’는 오랜 세월 우리말 안에서 자연스럽게 쓰여 우리말의 일부가 된 말들이다. 귀화어에 비해선 우리말에 동화된 정도가 떨어진다. 아나운서, 아르바이트, 카메라, 모델, 라디오, 버스, 컴퓨터, 피아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따로 적절한 우리말 대체어가 없다. ‘외국어’란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아직 국어로 정착되지 않은 단어를 말한다. 무비, 밀크, 스쿨, 벤치, 테이블 등은 외국어에 해당한다. 이들은 우리말 번역어 등 대체어가 있는 말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