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오페라단 차기 단장에 박혜진(53) 서울시오페라단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공연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박 단장을 국립오페라단 수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박 단장이 서울시오페라단을 이끌며 대중 친화적인 제작 방식과 외부 협력 능력을 보여줘 왔다"며 "이를 문체부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성악가와 교육자, 제작자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1991년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 성악과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뉴욕 맨해튼 음악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단국대 음악대학 성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 활동을 이어왔다.
작품 활동으로는 오페라 '라 보엠',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박쥐' 등 다수 작품의 주역으로 활동했고, 2012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여자주역상을 수상하며 성악가로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이후 공연 제작 현장으로 활동 폭을 넓혀 2022년 제7대 서울시오페라단장으로 취임했다.
박 단장의 가장 큰 강점은 공공 오페라단 운영에서 흥행성과 조직 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점이다. 서울시오페라단 재임 기간 동안 외부 후원회를 조직해 공공예산 외 재원을 확보했다. 이는 서울시오페라단 제작 오페라의 무대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타 캐스팅 전략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테너 이용훈이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통해 국내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역시 '토스카'를 통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4월에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연극 배우 정동환을 출연시키며 '오플레이(Op-play)'라는 형식을 도입해 새로운 관객층 유입을 시도했다. 공연계에서는 “기존 오페라 애호가 외 연극 관객과 일반 공연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이 실제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성과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공연통합전산망(KOPIS) 기준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는 2025년 상반기 미디어 기반 공연을 제외한 서양음악 분야 티켓 판매액 상위권에 올랐다. 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과 경쟁하는 시장에서 국내 제작 오페라가 기록한 이례적 성과였다.
이번 인사는 국립오페라단 운영 방향 변화의 신호로도 읽힌다. 지난 3년간 최상호 전 단장 체제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한여름 밤의 꿈 등 국내 초연 오페라 제작이 이어졌다면, 박 단장 체제에서는 대중 친화적 기획과 스타 시스템 활용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국립오페라단 역대 단장 중 여성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만큼 박 내정자가 공공예술기관 운영 경험을 겸비한 여성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14명의 전임 단장 중 임기를 마친 여성 단장은 정은숙(2002~2008)과 이소영(2008~2011)뿐이다. 박혜진 내정자가 취임하게 될 경우, 국내 최초로 서울시오페라단에 이어 국립오페라단을 연달아 맡는 여성 단장이 된다.
복수의 오페라계 관계자들은 “국립오페라단은 공공기관인 만큼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요구받는다”며 “박 단장은 이제 관객 기반 확대와 제작 수준 유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박 단장이 자리를 옮기면 서울시오페라단도 후속 인선 절차에 들어간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인 서울시오페라단은 공모를 통해 차기 단장을 선발할 예정이다. 다음 달 예정된 '나부코' 공연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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