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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연세대 교수, 23조원 '초대형' ISDS 의장 중재인 맡아

입력 2026-03-13 16:54   수정 2026-03-13 20:28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16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 절차를 총괄하는 의장 중재인으로 선정됐다. 한국인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ISDS 사건에서 의장 중재인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PCA에 따르면 러시아 재벌 미하일 마라토비치 프리드만(Mikhail Maratovich Fridman)이 룩셈부르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이 최근 정식 공개됐다. 국제중재 사건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중재기관은 양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사건 절차를 공개한다.

러시아·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프리드만은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을 소유한 알파그룹 창립자이자 러시아 최대 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프리드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했다고 보고 2022년부터 제재를 부과해 왔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자국 내 프리드만의 자산을 동결하기도 했다.

다만 유럽 일반법원은 2024년 4월 프리드만을 제재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판결했다. 그가 러시아를 지원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8월 프리드만은 룩셈부르크 정부가 EU 제재를 근거로 자산을 동결한 것은 투자보장협정(BIT)을 위반한 것이라며 160억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 판정부를 이끄는 의장 중재인으로 선정됐다. 의장 중재인은 중재 절차와 심리를 지휘하는 것은 물론 판정문 초안도 작성한다. 판정부는 김 교수와 영국 에섹스체임버스 소속 구랍 바네르지(Gourab Banerji) 선임 변호사, 독일 CMS 소속 클라우스 삭스(Klaus Sachs) 교수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중재지는 홍콩이다.

그동안 한국인이 ISDS 사건에서 의장 중재인을 맡은 사례는 드물었다.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인 만큼 액수가 천문학적이고 사건 자체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국제중재 변호사는 "한국 국제중재 인프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ISDS 의장 중재인을 맡은 사례로는 국제중재 '1세대'로 꼽히는 신희택 트웬티에섹스체임버스 중재인(사법연수원 7기·전 무역위원장)이 있다. 그는 2013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미국 기업 오언스 일리노이와 베네수엘라 간 ISDS 의장 중재인을 맡았다. 김갑유 피터앤김 대표변호사(17기)가 2015년 PCA 상사 분쟁에서 의장 중재인을 맡기도 했다.

김 교수는 컬럼비아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연세대에서 국제통상, 국제중재, 국제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국제상업회의소(ICC),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센터 중재인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밀라노 동계올림픽 스포츠중재재판소(CAS) 특별중재판정부에 선임되기도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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