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고, 이제는 자산을 현금화해 정리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더 오르기를 기다리기보다 세금 혜택을 볼 수 있을 때 파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보유한 송파구 소재 아파트를 매도한 60대 남성)
10년 이상 서울 집을 들고 있던 장기 보유자가 줄줄이 탈출구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 축소를 예고해서다.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등 포함) 매도인 3명 중 1명은 10년 이상 보유자였다. 총 1만384명의 매도인 중에서 10년 이상 보유자 비중이 35.77%에 달한다.
이는 초저금리 시기에 집값이 급등하며 대거 매수 흐름이 일어난 2020년 6월(43.7%) 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30.67%)과 비교하면 5.11%포인트 상승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기 보유자가 대거 매도에 나선 일차적인 이유는 그간 막대한 시세 차익이 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 2015년에서 2025년 사이에 169.4% 급등했다. 그 이전 10년인 2005년에서 2015년 사이에 43.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약 4배로 확대된 것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 3구와 용산, 한강벨트 지역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최근 10년 동안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동구로 208.7%를 기록했다. 이어 용산구(196.8%), 서초구(188.2%), 송파구(184.2%), 강남구(183.8%), 영등포구(181.5%), 강동구(179.0%), 마포구(163.9%) 순이었다.
지난 2월 장기보유 매도자 수 역시 상승률이 높은 곳에서 두드러졌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벨트 지역, 목동·여의도 등 30년 이상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 영등포구 등에서 장기보유 매도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10년'은 장특공제 혜택이 최대치에 달하는 구간으로, 실질적인 수익 실현 전략을 짜기에 가장 합리적인 시점"이라며 "10년 전 매수 가격 대비 시세 차익과 절세 효과를 고려하면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매도 구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월급쟁이와 비교해 세금 말도 안 돼"…정부, 장특공제 정조준
특히 '세금 안전지대'로 꼽히던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집주인들의 매도 결정에 힘이 실렸다. 특히 '세금 안전지대'로 꼽히던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의 매도 결정에 힘을 실었다.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집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는데 그분들이 낸 세금을 월급쟁이들이 낸 세금과 비교해 보면 사실상 거의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전체적으로 세제에 대해 손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장특공제를 손보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힌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당시 "1주택도 1주택 나름"이라며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 아닌 투자 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 했다고 세금 감면은 이상해 보인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제도가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했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장특공제 혜택 축소가 가시화하자, 현장에서는 '혜택이 사라지기 전 막차를 타자'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은퇴 세대의 자산 리밸런싱 수요와 맞물려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효선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보유자의 매물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최근 은퇴자가 증가하면서 자산 리밸런싱 시기가 도래했다"며 "차익을 실현해 자산을 재편하거나 향후 가치 상승이 더 기대되는 곳으로 갈아타려는 니즈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의 장특공제 개편 예고는 향후 매도 움직임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특히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해온 분들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안에 주택을 더 빠르게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 역시 "추가 상승 기대가 있더라도 세금 이슈가 있으면 실익이 작다"며 "현시점에서 현금화하거나, 시장이 더욱 조정되는 시점을 노려 재진입하려는 전략도 현장에서 관찰된다"고 전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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