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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2030 푹 빠진 취미 정체 [트렌드+]

입력 2026-03-13 19:33   수정 2026-03-13 19:47




13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의 뜨개 전문점 '바늘이야기'로 들어서자 수십 가지 색상의 실타래로 가득 채워진 벽면이 시선을 끌었다.

1층 매장에서는 손님들이 뜨개 용품과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었고, 2층 카페 공간에서는 십여 명의 사람이 커피를 마시며 각자 실타래를 풀어 뜨개질과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친구와 카페를 방문한 박모(22) 씨는 "뜨개질을 하면 무언가에 깊이 집중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며 "주변 사람들도 다들 뜨개질을 하고 있어 친구와 놀며 뜨개질하기 좋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또 다른 가게인 '쎄비하우스'의 풍경도 비슷했다. 40여 년 역사의 필립섬유를 모태로 한 이곳은 전통적인 뜨개방의 이미지를 탈피해 현대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매장 곳곳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니트와 가방 샘플이 전시되어 있었다. 상품을 구매한 뒤엔 이를 직접 만들어보려 라운지로 향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가대표부터 아이돌까지… 2030 사로잡은 '디지털 디톡스'



과거 할머니의 전유물이나 겨울철 부업으로 여겨졌던 뜨개질이 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힙'한 취미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중독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젊은 세대가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는 아날로그적 휴식에서 위안을 찾기 시작한 결과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뜨개 카페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105% 폭증했다. 이용 층의 절반 이상이 20대(27%)와 30대(33%)로 젊은 층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뜨개질은 스포츠계와 연예계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임리원, 피겨스케이팅 신지아 등 한국 선수들의 뜨개질 취미가 알려지며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 역시 작년 자신의 뜨개 브랜드 '꾸로셰'를 론칭하며 뜨개질 열풍에 화력을 더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뜨개질 관련 게시물이 130만개를 돌파했으며 '니팅카페', '뜨개스타그램', '뜨린이' 등의 해시태그가 쏟아지고 있다.
'공간' 만난 뜨개질… 매출 10배 뛰고 이종 산업과 협업
뜨개 시장의 변화는 용품 판매와 체험 공간을 결합한 '바늘이야기', '쎄비하우스' 등의 성장세에서 확인된다. 이들은 뜨개질을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바늘이야기'는 2023년 연 매출 138억원으로 처음 100억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150억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등 우상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쎄비하우스' 역시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공간을 결합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가 2023년 3만명 수준에서 2026년 31만9000명으로 급증했다. 유튜브의 성공으로 기존에는 40~50대 여성 고객이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20대 고객 비중이 10%에서 30%로 늘었으며 30대는 20%로 확대됐다.

뜨개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뜨개 카페를 넘어 영화관과 독서 등 이종 산업으로까지 확장 중이다. 메가박스는 지난달 '왕과 사는 남자' 뜨개 상영회를 운영했다. CGV도 작년부터 뜨개질을 하며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상영관의 조도를 조절한 '뜨개 상영회'를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일부 지점에 한해 진행하고 있다.

협업의 범위는 출판계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예스24는 '바늘이야기'와 협업해 이북 리더기 '크레마 팔레트' 전용 파우치 제작 키트를 출시하며 독서와 뜨개를 결합한 '리팅(Reatting)'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이날 오후 '바늘이야기' 연희점에서는 뜨개와 독서를 병행하는 소수 정예 오프라인 모임인 '제1회 심야 리팅 클럽'이 개최되기도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꾸미고 만드는 문화를 공유하는 젊은 세대에게 뜨개질은 사진 찍기 좋은 예쁜 결과물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라며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감과 성취감이 큰 효능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뜨개질이라는 정적인 활동이 영화, 독서 등 유사한 성격의 산업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함께 활동한다는 소속감을 주는 방식의 산업 간 연결이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소비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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