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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간 양자 기술…'벌떼 드론' 공격오차 확 줄인다

입력 2026-03-13 17:19   수정 2026-03-13 17:20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에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력 효율과 발열 안정성을 뒷받침할 패키징 공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TSMC와 손잡고 구리에 의존해온 기존 연결 구조를 넘어 ‘빛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양자센서를 국방 플랫폼에 탑재하기 위한 ‘견고한 양자센서(RoQS)’ 프로그램을 지난해 출범했다. 서로 다른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목적지는 같다. 더 작게, 더 촘촘히, 더 정밀하게 읽어내는 나노미터 단위 공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나노종합기술원 차세대플랫폼개발센터(이하 센터)는 나노 공정이 열어갈 차세대 기술 상용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공정 한계 넘는 패키징 혁신

최근 반도체 경쟁은 회로 선폭을 좁히는 전공정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전자가 원치 않는 경로로 새는 양자 터널링 현상이 커지고, 그만큼 발열과 전력 손실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패키징 단계가 포함된 후공정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센터가 최근 하이브리드 본딩과 실리콘 포토닉스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차세대 적층 패키징의 핵심 기술이다. 기존 2.5차원(2.5D) 패키징이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를 나란히 배치해 연결하는 구조라면, 3D 패키징은 이를 수직으로 쌓아 칩 간 거리를 줄이고 신호 전달 속도를 높인다. 다만 3D 적층은 칩과 칩, 기판 사이를 금속 돌기인 범프로 연결하는데 적층 수가 늘수록 발열 등이 심해진다. 특히 마이크로 범프 기반 열압착(TC) 본딩은 고단 적층으로 갈수록 한계가 뚜렷하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 없이 구리와 절연층을 직접 붙인다. 칩 표면을 원자 수준에 가깝게 평탄화하고, 구리 배선을 주변 절연층보다 수 나노미터 낮게 형성한 뒤 열을 가해 접합한다. 범프가 사라지면 연결 통로가 짧아져 신호 지연이 줄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빨라진다. 칩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열 방출에도 유리하다. 강일석 센터장은 “현재 마이크로 범프 기술은 HBM 16단 정도까지 적용 가능하지만 그 이상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주목하는 포토닉스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의 굴절률을 이용해 데이터 이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빛이 흐르는 도파로(waveguide)를 만들고, 전자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전달한다.

굴절률은 쉽게 말해 빛을 가두는 성질이다. 광회로(PIC) 소자는 실리콘과 실리콘 산화막 등으로 구성된다. 통신 파장대에서 실리콘의 굴절률은 약 3.48, 실리콘산화막은 약 1.45로 두 재료 사이의 굴절률 차이가 커 빛을 도파로 안에 가둘 수 있다. 여기에 전압이나 전류를 가해 굴절률을 바꾸면 빛의 진행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PIC 안에는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소자들이 집적돼 있다. 데이터 전송 단위가 기존 기가바이트(GB)에서 1000배 이상인 테라바이트(TB)로 바뀔 정도로 효율이 높다.

실리콘포토닉스는 최근 엔비디아가 주목하는 공동패키지광학(CPO)의 기반이다. CPO는 연산 칩과 광소자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함께 배치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랙 단위에서 광통신이 주로 활용돼 왔는데, 서버 내부에서는 빛이 다시 전기 신호로 바뀌는 과정이 병목으로 지적돼 왔다. CPO는 이 구간을 줄여 광신호가 칩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양자 센서 개발 경쟁 뜨거워
나노 공정이 열어갈 또 다른 차세대 기술은 ‘양자센서’다. 양자센서는 극미세 수준의 자기장이나 1000분의 1도보다 작은 온도 변화량도 측정한다. 이 같은 성질 덕분에 GPS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항법이나 자원 탐사 등에 쓸 수 있다. 최근에는 국방 분야에서 널리 연구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피코테슬라 수준의 정밀도로 적국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양자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국 DARPA는 고주파(RF) 양자 수신기 개발 프로젝트 ‘퀀텀 애퍼처스(Quantum Apertures)’를 추진하고 있다. 애퍼처스는 카메라의 조리개(개구)를 말한다. 양자 조리개를 이용해 기존 안테나가 수신하지 못하는 신호까지 잡아내겠다는 의도가 프로젝트명에 담겼다.

RF 양자 수신기는 세슘 원자 등을 1만배 크기 이상으로 부풀린 ‘리드베리 원자 구름’을 이용한다. 리드베리 원자 구름은 생성될 때 에너지 준위가 높아져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 때 전파 등 외부 자연적인 교란 요인도 가세한다. 리드베리 원자 구름 주변 전자 분포는 이런 교란 요인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이 때 레이저를 여러 방향과 각도에서 쏘면서 레이저의 투과 세기 변화를 측정하면 이 데이터가 바로 RF 양자 수신기 개발로 이어진다. 이런 물리적 현상을 ‘전자기 유도 투명성’이라고 한다.

센터는 중성원자 플랫폼 기반으로 양자 센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성원자 플랫폼은 알칼리 원자의 전자 스핀 상태 변화를 레이저로 측정해 외부 자기장이나 전기장 변화를 감지한다. 핵심 부품인 원자 증기셀은 유리 부품 내에 루비듐, 세슘 같은 알칼리 원자를 증기 상태로 담아 사용한다. 상온 구동이 가능해 소형화에 유리하고, 범용 센서에 적합하다.

센터는 국방용 원자시계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도 개발하고 있다. 원자시계는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기준으로 시간을 재는 장치다. 최근에는 국내 우주 방위산업 관련 대기업과 저궤도 위성 탑재가 가능한 2세대 원자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공군연구소도 지난해 소형 군집 드론에 넣는 차세대 고정밀 원자시계 개발에 착수했다. GPS가 차단된 전장에서도 군집 드론을 운용할 수 있도록 나노초 이하 단위로 송수신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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