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나노 단위로 쪼개면 단위 부피 대비 표면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더 많은 입자가 외부 환경과 접촉할 수 있어 전기화학적 반응이 빨라진다. 예컨대 유해 물질을 제거할 때 나노 촉매를 활용하면 훨씬 적은 양의 소재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나노 단위에선 양자 현상이 나타나며 전기적·광학적 성질도 달라진다. 입자 크기가 수 나노미터 이하로 줄어들면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는 양자구속효과로 인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변화가 불연속적으로 변한다. 이로 인해 녹는점, 발광, 자성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퀀텀닷(양자점)이다. 퀀텀닷은 지름 수 나노미터 수준의 반도체 결정이다.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로 들떴다가 다시 낮은 준위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그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한다. 퀀텀닷 입자는 작아질수록 양자구속력이 강해져 더 높은 에너지를 내는 짧은 파장의 푸른색 빛을 낸다. 반대로 커질수록 붉은 빛을 방출한다. 2023년 노벨화학상은 이런 양자 효과를 이용해 색을 제어할 수 있는 퀀텀닷 원리를 밝혀낸 연구자들이 받았다.
자석을 나노 크기로 줄이면 외부 자기장이 있을 때만 자화되고, 자장이 사라지면 잔류 자화가 거의 남지 않는 ‘초상자성’을 띤다. 이는 의료용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조영제 등에 활용한다.
최근 나노 기술은 극한환경 소재 등 영역에서 수요가 커지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인 우주 탐사 시도가 증가하면서 우주 방사선과 초고온, 초저온을 견디는 나노 소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심우영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최고 수준의 방사선 내성 전자소자는 약 1만Gy(그레이)까지는 이상 없이 작동하지만, 고방사선대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10만Gy 이상을 견딜 소재가 필요하다. 비휘발성 메모리도 섭씨 300도를 넘기면 작동이 잘 안 된다. 심 교수는 “나노 세라믹 등을 활용해 초고방사선을 견디는 소재를 대면적으로 양산할 수 있다면, 위성이나 소형 원자로 시스템의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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