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홍보 유튜버 ‘충주맨’ 출신 김선태 씨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예능 같은 홍보 콘텐츠로 ‘지방자치단체 유튜브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깬 인물이다. 그는 성과를 인정받아 공무원 사회에서 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누린 인기만큼이나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거나 “조직이 밀어주면 저 정도는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종종 목격되곤 했다.지난달 돌연 퇴직을 알린 그는 개인 유튜버로 복귀했다. 청와대를 비롯해 각종 기업과 기관의 러브콜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름 석 자를 걸고 야생으로 나왔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채널 개설 직후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10일여 만에 구독자 14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됐다. ‘친정’인 충주시 유튜브 구독자(78만 명)도 뛰어넘었다. 댓글 창에는 ‘컬래버’를 원하는 각종 브랜드의 구애가 오늘도 이어진다. 충주맨 시절 그의 성공 비결이 결코 시스템 덕이나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낸 셈이다.

그러나 김씨의 화려한 복귀를 누군가는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본다. “세금으로 인지도를 쌓아 유튜버가 됐다”거나 “공무원으로서 개인의 이익만 챙겼다”고 비난한다. 어쩌면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일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개인의 뒷배경이나 운을 따지며 성과를 희석하려 드는 시도가 종종 잇따르기 때문이다.
외식 사업가 백종원 씨는 “실력도 없는데 방송 덕에 떴다”는 악플에 시달렸고,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최가온 스노보드 선수도 서울 강남 아파트 주민이라는 소문이 퍼진 뒤 홍역을 치렀다. “금수저여서 메달을 딸 수 있었다”는 비아냥은 기본. 급기야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니 단지 내 축하 현수막을 떼달라”는 민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쯤 되면 중증의 ‘질투 사회’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키 큰 양귀비 증후군’(tall poppy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유독 키가 커서 눈에 띄는 양귀비를 그냥 두지 못하고, 그 목을 잘라내 키를 맞춰야만 비로소 속이 시원해지는 집단적 증세다. 오죽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타인의 성공이 고깝게 보이고, 어떻게든 결점을 찾아내 끌어내려야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당신도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군중심리가 갈수록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는 욕망에 찌든 ‘사회악’으로 손가락질받고, 큰돈을 버는 인플루언서는 시대를 잘 만난 운 좋은 부류로 치부된다. 그들이 부를 일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든, 하나의 콘텐츠를 위해 며칠 밤을 새웠든 알 바 아니다. 성공 비결을 재력이나 운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반복되면 우리는 그 이면에 있는 개인의 집요한 투혼을 놓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혁신을 거세한다. 성공과 부를 질투하고 폄하하는 사회에서 도전은 곧 ‘찍히기 좋은 행위’일 뿐이다. 튀어나온 못을 사정없이 내려치는 사회에서 누가 감히 머리를 내밀어 과감한 도전을 하려고 하겠는가. “한국에선 성공하면 안 돼” “돈은 많고, 아무도 나를 몰라야 행복하다”는 류의 냉소가 여전히 잘 팔리는 농담인 이유다.
김씨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인식이라도 한 듯 앞으로 유튜브 수익의 30%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결정은 개인의 성공이 사회적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비록 ‘방송쟁이’라는 욕을 먹긴 했지만, 백씨 역시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죽어가는 소상공인의 가게와 상권을 다수 살려내지 않았나. 혁신과 성공은 이렇듯 종종 부의 재분배와 공동체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사회가 건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자를 끌어내리면서 동시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라는 것은 지독한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타인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일은 결국 스스로가 도달할 수 있는 천장을 낮추는 일이다. 남의 꽃대를 꺾는다고 내 꽃이 더 잘 자라는 것도 아니다. 모두의 키를 맞추려 잘 자란 꽃을 꺾는 사회에 내일이 있을까. 그래서 ‘충주맨’이 아닌 ‘인간 김선태’가 앞으로 더 크게 성공했으면 한다. 오늘도 꿋꿋이 고개를 드는 모든 ‘키 큰 양귀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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