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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新대륙' 개척 거듭…성장가도 진입 예고한 대륙아주 [로펌의 역사]

입력 2026-03-15 17:06   수정 2026-03-15 17:07

2000년대 초반 주요 법무법인의 합병으로 본격화된 국내 대형 로펌 시대가 25년을 맞았습니다. 개인 송사 중심에서 기업자문, M&A, 경영권 분쟁, TMT 등 전문·세분화된 법률 서비스 체계로 전환되며, 대형 로펌들은 한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주요 로펌의 탄생부터 성장기까지의 역사를 조명하며, 대한민국 리걸 마켓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망합니다.

2025년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본격적으로 합병의 시너지를 낸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허법인, 관세법인 등을 제외한 법무법인 자체 매출(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1027억 6720만원)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선 해여서다. 직전 해 대비 변호사 수가 3명밖에 늘지 않았는데도 매출이 두 자릿수(약 10%)로 오르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선 회계·세무·재무 분야 자문 강화 차원에서 ‘회계법인 대륙아주’를 새로 출범해 통합 자문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기업 고객 타기팅(targeting)을 위한 몸집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서비스인 ‘AI대륙아주’를 출시했다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고, 오광수 대표변호사가 이재명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지명됐으나 차명 재산 의혹으로 낙마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부침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말 4번째 연임에 성공한 이규철 경영전담 대표변호사(사진)의 리더십을 주축으로 조직을 빠르게 다잡고 성장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합병을 통한 과실을 거둬들인 만큼 중·대형급 로펌과의 추가 합병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구조조정·해외진출…공통분모 많았던 두 로펌
대륙아주는 로펌 간 ‘짝짓기’가 성행하던 2008년 대륙과 아주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과 더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법률 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어 변호사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지평과 지성이 손잡고 ‘지평지성’(오늘날의 지평)을 탄생시켰고, 렉스와 하우림이 ‘렉스’로 살림을 합친 데 이어 대륙아주까지 그야말로 ‘합병 붐’이 일었다.

대륙은 지금도 대륙아주에 몸담고 있는 김대희 변호사가 1992년 세운 개인 법률사무소가 전신이다. 1994년 특수부 검사 출신인 함승희 변호사가 합류해 ‘함·김 법률사무소’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가 1996년 대륙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범했다. 대륙은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 당시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며 이름을 알렸다. 한국 로펌이 미국 본토에서 대형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실상 최초의 사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 파생상품으로 손해를 본 대한생명을 대리해 미국 투자은행(IB) JP모간을 상대로 나선 소송에서도 승소 실적을 냈다.

아주는 1993년 김진한 변호사가 설립한 아주종합법률사무소가 1994년 법인 형태로 출범한 로펌이다. 아주 역시 대형 참사와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에 앞장서며 입지를 다졌다. 1993년 있었던 서해페리호 침몰 사건 유족들을 대리해 국가와 한국해운조합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2억~4억 원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대형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의 법리를 처음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로펌은 개인 사건뿐 아니라 기업 사건에서도 경쟁력을 보였다. IMF 외환 위기 당시 대륙은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 파산 사례로 꼽히는 대우그룹 해체와 워크아웃 작업에 참여했다. 핵심 계열사들의 분할·매각, 복잡한 해외 자산 정리를 비롯해 채권단과의 협상을 도맡았다. 1997년에는 진로그룹 부도 사태 이후 6개 계열사에 대한 화의(파산 예방 목적으로 채무 정리에 관해 맺는 강제 계약) 인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파산한 기업이 법원에 화의를 신청한 최초 사례로, 사실상 사문화돼 있던 ‘화의 모델’을 새롭게 정립했단 평가를 받았다.

아주는 설립 당시부터 도산 전문 로펌으로 이름을 날린 곳이다. 설립자인 김진한 변호사부터 법원 파산부가 인정한 국내 최고의 파산관재인이었다. 2006년 그가 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한 경험을 정리해 엮은 ‘파산관재업무 실무집’은 업계의 바이블로 읽혔다. 당시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였던 세진컴퓨터의 자회사 서비스뱅크㈜의 파산관재인을 맡으며 파산 분야에 첫발을 들인 아주는 굿모닝시티 보전관리인 및 초대 관리인, 우성건설 파산관재인 등을 지내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두 로펌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었다. 대륙은 2002년 국내 로펌 최초로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상해에 사무소를 냈고, 소주와 베이징(북경)에 연이어 발을 들였다. 그 결과 상하이 대우센터 매각, 포스코건설 상하이 법인 지분 인수,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부지 매입 등 현지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 프로젝트 여럿을 따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 사무소를 낸 최초의 한국 로펌도 대륙이었다. 미국 증시에 진입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M&A 등을 밀착 지원했다. 2007년에는 영국 런던에도 사무소를 내 유럽 금융·중재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세웠다.

아주는 ‘로펌업계의 코트라’가 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기업들의 진출 수요가 많았던 중앙아·동남아 지역으로 뛰어들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유라시아벨트’ 곳곳에 사무소를 낸 데 이어 오스트리아, 아랍에미리트(UAE)까지 뻗어나가 현지 자원 개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들을 도왔다.

공통 분모가 많았던 대륙과 아주는 합병 초기 ‘서두르지 않으며 뿌리를 튼튼히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단순히 체격만 키우는 합병이 아닌, 서로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고 부족한 분야를 천천히 보완해 나가며 점진적으로 체력을 키워 나가자는 취지였다. 또 2009년 3월 통합 법인 출범 후 같은 해 9월 서울 역삼동 테헤란로의 동훈타워로 통합 이전까지 끝마쳤다. 합병 로펌은 초기엔 사무실을 합치지 않고 전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합병한 LKB평산이 그런 경우다. 대륙아주는 초기부터 물리적 통합을 이룬 덕에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합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다.
한진·대우…기업 구조조정史 곳곳에 이름
합병 당시 80여 명에 불과하던 대륙아주 변호사 수는 현재 250여 명으로 세 배가량 덩치를 키웠다. 사무실 규모도 동훈타워 3개 층에서 11개 층으로 대폭 넓혔다. 2020년 기준 595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은 2021년 701억원, 2022년 847억원, 2023년 929억원, 2024년 933억원으로 증가세를 거듭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약 1027억원을 벌어들이며 ‘1000억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성장세의 길목에는 여러 굵직한 사건에서 핵심 자문을 맡거나 승소한 순간들이 있었다.

합병 직후 대륙아주는 인천공항철도의 1조2000억원 규모 민자 지분 매각 작업에 관여했다. 민자 지분 88.8%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들이는 과정에서 코레일 측에 인수 자문을 제공했다. 사회간접자본(SOC) 구조조정 역사에서 주요 사건으로 꼽히는 이 건은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과 민자 사업의 재무 구조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2009년에는 3조6000억원 규모였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위한 법률자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우인터는 당시 최대 규모 M&A 매물이었는데, 이를 발판으로 대륙아주의 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대륙아주는 이외에도 LIG홀딩스의 한보건설 인수, 현대중공업의 현대종합상사 인수 등 대형 프로젝트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며 M&A·구조조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고히 했다.

파산·도산 분야에서의 전문성도 연속성 있게 이어갔다. 김진한 변호사(사진)는 2017년 당시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관재인 및 국제도산관리인을 맡아 법정관리 업무 전면에 나섰다. 채권신고액만 43조원에 달하는, 국내외 해운업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사건이었다. 핵심 자산 매각 작업과 동시에 선박들이 해외에서 압류돼 물류가 마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해 그 절차와 과정이 유독 복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선사 등과의 법적 분쟁에서 한진해운의 채권액을 상당 부분 지켜 낸 대륙아주는 그 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력 법률 전문매체 아시안리걸비즈니스(ALB)로부터 ‘올해의 한국 해상 분야 로펌’으로 선정됐다. 같은 해 대륙아주는 김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해상보험팀을 신설하고 불황기를 맞은 해운·조선업 부문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공정거래도 주력 분야 중 하나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인 구상모 변호사와 이정란 변호사를 한꺼번에 영입해 이 분야 역량을 끌어올렸다. 이 변호사는 2022년 1월 등기 대표변호사로선임됐는데, 10위권 로펌에서 40대 여성이 이 자리까지 오른 건 최초였다. 대륙아주 공정거래팀은 대규모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 관련 사건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부당 공동 행위와 옵션 끼워팔기 등 사건에서 회사 측을 대리해 낮은 강도의 처분을 받아냈고, LS전선 등 전선업계 담합 사건, 삼성코닝 등 브라운관 유리(CRT) 제조업체의 국제 카르텔 사건, 현대제철·포스코강판 등 철강업계에서의 시장 지배력 남용 및 담합 사건 등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굵직한 사건을 수행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낸 사건이 있었다. 2023년 강원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한껏 위축된 시기에 500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신용도가 낮은 시행사 등이 부동산 개발 초기 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고율의 이자로 빌려 쓰는 단기 대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통상 브리지론 규모는 수백억원으로, 5000억원은 상당히 이례적인 금액이었다. 유안타증권은 대륙아주의 도움을 받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브란스병원을 짓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 2단계 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주요 기업들의 법률 리스크가 분출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대응에 나섰다. 안전 분야 컨설팅 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와 손잡고 ‘중대재해법 준수 공동인증제’(SCC)를 공동 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법상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증 등급을 부여해 기업들이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국내 로펌 중에선 첫 시도였다. 대륙아주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지방자치단체장이 입건된 첫 사례인 2023년 경기 성남시 정자교 보도 붕괴 사고에서 성남시를 대리해 불송치 결론을 도출하는 성과도 냈다. 중대재해 사건에서 지자체의 책임 범위와 대응 기준에 관한 법리를 처음 확립했다는 평가다.
거듭된 ‘최초’ 역사…시장 지각변동 일으키나
대륙아주 역시 전신인 대륙, 아주 못지 않게 여러 ‘최초’의 역사를 써 왔다. 2022년 국내 로펌 최초로 미국 워싱턴 D.C.에 연락사무소를 열어 정책, 입법, 안보 등을 아우르는 자문 서비스 기반을 선점했다. 2024년 대륙아주에 합류한, 19대 국회의원 출신 송호창 변호사가 미국전략본부장을 맡아 북미 전략 컨설팅 역량의 대를 잇고 있다. 이는 작년 11월 워싱턴 D.C. 현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 초청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잠재력에 처음 주목한 곳도 대륙아주다.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아프리카그룹’을 구성해 기업들의 자문 수요를 해소해 주고 있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 회장인 티모시 디킨스 외국변호사가 이 그룹을 직접 이끌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투명한 규제 등 아프리카 특유의 투자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를 돕는다. 단순 법률 시장을 넘어 한국과 아프리카 간 교류 증진을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대륙아주가 기획한 ‘에너지 투자 포럼’이 공식 행사로 채택돼 양국 기업인 간 스킨십을 넓히는 데 공헌했다.

로펌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AI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대륙아주는 2024년 3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한 24시간 무료 법률 상담 챗봇 ‘AI대륙아주’를 국내 로펌 최초로 출시했다. 6년간 15억여원을 들인 프로젝트였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자 같은 해 10월 서비스를 전격 중단했다. 대륙아주는 작년 1월 변협 징계 조치에 불복해 법무부 이의를 신청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했다. 대륙아주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주동자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조사에 입회했다. 김 전 장관이 전역 후 약 1년간 대륙아주에 고문으로 재직했던 인연이었는데, 여론이 악화하자 즉각 사임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18기) 동기였던 오광수 대표변호사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며 또 한 차례 주목받았다. 차명 대출,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등으로 몸살을 앓은 오 변호사는 닷새 만에 직을 내려놔 현 정부 첫 고위직 낙마 사례가 됐다. 그러나 이 덕분에 ‘친명(親明) 로펌’ 이미지를 구축했고, 사건 수임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9년 통합 법인 대륙아주를 설립한 뒤 2023년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까지는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으나 아프리카그룹 등 주요 사업에서 여전히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아주 쪽 김진한 변호사가 대륙 쪽 김대희 변호사에게 “이젠 완전한 통합으로 나아가자”며 결단을 내리자고 했던 게 주효했다고 한다. 이후 2년 만에 ‘연매출 1000억’ 능선을 넘으며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진입한 대륙아주는 2027년 연매출 2000억원 돌파, 변호사 350명 이상이라는 목표를 이미 세웠다. 이를 목표로 변호사 수 100여 명 안팎의 중형 로펌과의 합병 논의도 진행 중이다. 대륙아주가 국내 로펌업계에 또 한 번의 파란(波瀾)을 일으킬 수 있을지 법률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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