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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주방까지 자동화…로봇이 '푸드체인' 바꾼다

입력 2026-03-15 16:51   수정 2026-03-16 00:40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 점심시간이 되자 수백 명의 직원이 구내식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하지만 배식 현장을 지키는 조리원은 5명 남짓에 불과했다. 배식대 앞에선 조리원이 반찬을 나눠주거나 빈 그릇을 채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로봇이었다. 직원들이 소분된 반찬 접시를 집어가자 비전 카메라가 탑재된 로봇 팔이 잔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했다. 로봇은 트레이가 비는 즉시 새 반찬이 가득 담긴 트레이로 자동 교체했다.

국·탕·찌개 조리 구역도 로봇이 점령했다. 사원증을 찍고 원하는 메뉴를 고르면, 미리 건더기를 담아둔 뚝배기에 노즐을 통해 정량의 국물이 쏟아졌다. 이어 로봇 팔이 뚝배기를 화구로 옮겨 정해진 시간 동안 오차 없이 끓여냈다. 바로 옆 튀김 조리대에서도 로봇이 일정한 온도와 속도로 튀김망을 흔들고 있었다.

◇구인난이 앞당긴 ‘푸드테크’
이곳은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국내외 사업장 600여곳 중 가장 선진화한 ‘미래형 급식장’이다. 삼성웰스토리는 본사 구내식당에서 다양한 푸드테크 기술을 실험해본 뒤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와 외부 사업장에 적용한다.

핵심은 로봇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23년부터 조리 효율성 제고와 부상 방지 등을 위해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트레이와 식기 자동 디스펜서부터 야채 세척 등 전처리 과정, 국·탕·찌개와 면·튀김 조리 등까지 영역을 넓혔다. 조리 중인 메뉴의 과열이 감지되면 불 세기를 알아서 조절하는 온도 센싱모듈도 개발 중이다.

푸드로봇의 진화는 심각한 구인난과 맞닿아 있다. 급식업계에선 인력 채용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산단 지역의 대형 사업장을 열 땐 100명 넘는 인력이 필요한데, 오픈 수개월 전부터 공고를 내도 지원이 없어 내부 인력으로 돌려막는 게 현실”이라며 “격오지는 사람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 인근 도시에 통근버스를 대절해 인력을 채우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고강도 노동 기피 현상으로 구인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고용정보원은 2023년부터 2033년까지 조리 서비스직 취업자가 4만2000여 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음식·주점업 종사자도 10만5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 뷔페, 인력난이 심한 지방 외식업장을 중심으로 조리 및 서빙 로봇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AI로 사과도, 돼지도 관리
1차 산업인 농·축산업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인력 감소가 현실화하자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현장에 로봇이 속속 투입되고 있다. 과실 숙성도에 따라 가지치기, 열매 솎기, 수확, 운반 등을 스스로 판단해 실행하는 로봇(대동), 자율주행 예초 로봇(에스엔솔루션즈) 등이 대표적이다. 축산업에서는 AI로 돼지의 행동과 소리를 분석해 상태를 관리하거나, 축사의 온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다.

딜리버리 분야에서도 로봇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업체들은 포장·배송 로봇을 속속 선보였다. 중국 라이다업체 로보센스는 상품 포장, 진열, 운반, 재활용 등 20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적당한 압력으로 상자를 접고 포장하는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만큼 협응 솔루션이 발전한 결과다. 국내 기업 고레로보틱스도 여러 가구에 물품을 배송하는 다세대 주택 전용 로봇을 선보여 CES 혁신상을 받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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