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올초 범퍼사업부문을 매물로 내놓고 인수 후보자를 찾고 있다. 매각 대상은 북미 중국 유럽 등 해외 생산 설비와 판매 영업권 전부다. 매각 규모는 수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 대부분은 현대차와 기아에 납품한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해외에서만 범퍼를 제조했다. 국내에선 생산을 중단한 지 오래다. 국내 판매 영업권마저 지난해 말 2차 협력사에 매각해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았다.
매각 과정에서 노사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업부문은 이미 정리해 고용 승계 등의 문제가 얽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알짜 사업을 떼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내연기관 부품 생산에 안주하면 로봇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 신산업 경쟁에서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내건 ‘피지컬 인공지능(AI) 선도 기업’ 비전에 맞춰 부품 계열사 ‘맏형’인 현대모비스부터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호한 실적도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당긴 배경으로 꼽힌다. 한창 ‘잘 벌고 있을 때’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 매출은 2021년 41조7022억원에서 지난해 61조1181억원으로 46.5%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2조401억원에서 3조3575억원으로 늘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수천억원의 실탄은 로보틱스와 전동화, SDV 분야에 집중 투입할 전망이다. 이들 사업은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낙점한 미래 먹거리다. 그룹이 목표로 하는 피지컬 AI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이들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내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핵심 협력사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관절에 한 대당 31개씩 들어가는 액추에이터(구동장치) 전량을 수주했다. 액추에이터는 전체 제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생산비의 20%를 차지하는 부품인 ‘그리퍼’(로봇 손)도 현대모비스가 우선 공급자로 논의되고 있다.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기로 한 만큼 현대모비스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여러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SDV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 하반기 SDV 데모카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2028년 이후 다른 글로벌 메이커를 대상으로도 사업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7월 공작기계 사업부를 사모펀드(PE)에 34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수익성 높은 전통 사업을 과감히 떼어내고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박종관/김보형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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