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정을 8강에서 마무리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 0-10, 7회 콜드게임으로 졌다. 비록 무기력한 완패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17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하며 한국 야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는 남았다.
KBO는 지난해 1월 류지현 감독을 선임하며 일찌감치 이 대회를 준비했다. 사상 최초로 3명의 한국계 메이저리거를 합류시키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5~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조별리그를 2승 2패로 마치며 17년 만에 WBC 8강을 이뤄냈다. 7일 WBSC 세계랭킹 1위 일본을 6-8로 지긴 했지만 9회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고 9일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마이애미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한계를 드러낸 장면도 많았다. 8일 대만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4-5로 지면서 탈락 직전까지 내몰렸다. 8강전에서 만난 도미니카공화국의 높은 벽은 실력 차를 절감케 했다. 후안 소토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포진한 상대 타선에 투타 모두 압도당하며 1200만 관중 시대를 앞둔 한국 야구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반면, 투수진의 붕괴는 뼈아픈 숙제로 남았다. 원태인, 문동주, 안우진 등 핵심 영건들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대표팀은 류현진(38)과 고영표(36) 등 베테랑에게 중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국 투수진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4.9km로 대회 참가국 중 최하위권(18위)에 머물렀다. 도미니카공화국(153.4km) 일본(151.2km)에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제 한국 야구는 오는 9월 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LA 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LA 올림픽 본선 진출권은 단 6장, 프리미어12에서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아시아 1위를 차지해야 직행권을 따낼 수 있다.
이번 대회의 성과를 한국 야구 성장의 모멘텀으로 삼기 위해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인재 육성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시즌부터 시행되는 아시아 쿼터 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허약한 투수 인재풀을 키우는 대신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악순환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아시아 쿼터제를 시행하면 1~3선발을 모두 외국인 투수로 채울 수 있어 토종 투수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방치된 국내 아마추어 야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쓸 만한 투수를 키워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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