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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던 폐열이 돈…반도체 공정·소각장 열 모아 공장 돌린다

입력 2026-03-15 18:06   수정 2026-03-16 00:56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의 발전소와 소각장 등에서 버려지던 폐열을 사들이고 있다.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온수지만, 이를 활용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에 필요한 열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1년여 전 집단에너지사업자인 인천종합에너지의 열 배관망을 송도 공장에 연결하는 공사를 마쳤고, 지난해에는 전체 열 사용량의 11%를 이 폐열로 충당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히트펌프와 폐열 함께 활용해야
15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의 약 50%는 열에너지로 사용된다. 연료(30%)와 전기(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IEA는 이 열에너지를 얼마나 깨끗하게 만드느냐가 전기화 기술의 ‘마지막 미개척지’라고 분석했다.

난관은 온도다. 집이나 건물의 냉난방용 열은 필요로 하는 온도가 낮아 현재의 전기히트펌프 기술로도 충분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산업용 열은 150도 이상의 초고온 스팀이다. 이 정도 열을 화석연료 보일러나 열병합발전 설비가 아니라 전력을 활용해 24시간 연속 생산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산업용 히트펌프, 전극보일러, 열배터리 등 전기로 열을 만들거나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 단계지만, 현장에 당장 적용하기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산업계는 당분간 폐열과 첨단 기술을 섞어 쓰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임용훈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산업 현장의 고압·고온 스팀을 단번에 전기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며 “낮은 온도의 폐열을 모은 뒤 압축기 등을 이용해 단계적으로 온도를 끌어올리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인천에너지에서 받은 30도의 폐열을 열교환기를 통해 60도까지 높여 보조 열원으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약 30도의 폐열을 산업용 히트펌프로 최대 100도까지 끌어올려 공기 조절 등 보조 열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열 거래 시장 열어야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에 앞서 ‘열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제도 아래서는 열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경제성 있는 폐열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설비에 쉽게 연결할 수 있는 폐열원은 포화 상태”라며 “남아 있는 열원은 수요처와 너무 멀어 배관 설치비가 열 구입 비용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열에너지 시장에 자연 독점 구조가 형성된 것도 문제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거대한 열 배관을 지하에 깔아야 하는 ‘장치 산업’이어서 정부가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구역마다 사업자를 한 곳씩만 지정하고 있다. 이미 지하 매설물이 꽉 차 신규 배관을 깔 공간이 없는 지역도 많다. 업계에서는 “남의 배관을 빌려 쓰려고 해도 비용을 산정하고 사고 책임 소재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열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간 매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우선 열에너지 데이터를 표준화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열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또 집단에너지 사업자 등 열 공급사에 일정 비율 이상의 청정 열 공급을 강제하는 ‘청정 열 공급 의무화(RHO)’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청정열공급인증서(RHC)를 발급해 열 공급 사업자가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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