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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머스크에 판정패 한 독일 금속노조

입력 2026-03-15 17:27   수정 2026-03-16 00:21

독일 노동계의 자존심이자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IG Metall)가 이달 5일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테슬라 베를린 기가팩토리의 ‘종업원평의회(Betriebsrat)’ 선거에서 31.1%를 얻는 데 그쳤다. 2024년 기록한 39.4%보다 득표율이 줄었다. 평의회는 전체 근로자를 대변해 회사의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조직이다. 평의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해 주 35시간 근무제 등 단체협약을 테슬라 사업장에 이식하려던 시도는 노동자들의 외면에 실패로 돌아갔다. 베를린 기가팩토리는 독일에서 단체협약이 없는 유일한 자동차 공장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獨 노동자 외면받는 산별 교섭
5일 후인 지난 10일 한국에선 개정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가 시행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첫날부터 기다렸다는 듯 금속노조, 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등 산별 노조별로 하청 노조 357개를 모아 218개 원청 기업에 교섭 요구서를 보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조인 민주일반연맹은 정부에 초기업 단위(산별) 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개별 기업 사장이 아니라 대통령과 재정경제부 장관이 직접 교섭에 응하라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노란봉투법을 하청 노조 조직률을 끌어올리고, 숙원인 산별 교섭을 제도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산별 교섭은 한때 독일 제조업의 핵심 엔진이었다. 산업별 사용자단체와 노조가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등 근로 조건을 결정하고, 이를 협약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하는 구조다. 기업은 인건비 따먹기 대신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었고, 노동계는 고숙련 노동을 제공했다. 불경기에는 임금과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했고, 경기가 좋아지면 남아 있던 숙련공이 곧바로 가동률을 끌어올려 시장 점유율을 회복했다.

‘점진적 개선’ 시대에는 잘 작동하던 이런 시스템은 급격한 전기화와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창조적 파괴’ 시대로 접어들면서 독일 제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종업원평의회를 장악한 IG Metall과 임금, 근로시간, 공장 이전 등 모든 것을 협의해야 하는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환에 실기(失期)하고 독일 내 일부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산별 교섭 시스템에 편입되면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주장에 베를린 기가팩토리 직원들이 힘을 실어준 이유다.
계급투쟁 벌이게 된 韓 노동계
민주노총은 이렇게 힘을 잃어가는 IG Metall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마저도 민주노총이 산별 교섭에 진심인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크다. 산별 교섭의 핵심은 노동자 연대를 통한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교섭창구 단일화 철폐’ 요구에 정부는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을 통해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 단위를 분리했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대기업 노조와 파이를 뺏으려는 하청 노조가 ‘계급 투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여기에 ‘손해배상 걱정 없는 파업’이라는 파괴적 무기까지 쥐여줬다.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란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숨죽이고 있다. 이제 사용자성의 범위와 쟁의의 정당성을 가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게 됐다. 사법의 잣대가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질서라는 현실에 눈을 감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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