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 공기업에 이어 공항 공기업을 겨눴다. 올해 말까지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를 통합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합치는 방안을 공공기관 개편안에 올렸다. 정부는 기능 중복 해소와 운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비 조달이 주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덕도 재원 조달용 통합론 논란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간 통합은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업무의 본질이 ‘공항 운영’으로 동일하면서도 두 개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어 인력과 시설 운용에 중복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한국공기업학회는 2008년 재정경제부(당시 기획재정부)가 발주한 보고서에서 양 공사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이 양 공사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15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2조5481억원의 매출과 48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매출 9768억원, 영업적자 223억원을 기록했다. 인천공항이 버는 돈으로 한국공항공사의 적자 공항과 가덕도신공항 사업 부담을 함께 떠안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은 총사업비만 10조7174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공사 기간은 오는 10월부터 2035년 하반기까지로 예상된다. 면적은 666만㎡로 서울 여의도의 약 2.3배다. 인천공항공사는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통합 이후에는 수익성이 낮은 지방공항과 대규모 건설사업 리스크가 한데 묶여 금융비용이 치솟을 우려가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갈등만 키울 수도
가장 큰 문제는 투자 우선순위 충돌이다. 인천공항은 허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지방공항 운영 적자와 지역 노선 유지 부담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 조직 안에서도 인사·보수 체계, 노사 관계, 사업 평가 기준이 달라 통합 후 내부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겉으로는 한 조직이지만 실제로는 돈 버는 부문과 돈 쓰는 부문이 분리된 채 상시 충돌하는 구조가 될 수 있어서다. 수익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중시하는 조직과 공공 서비스 성격이 강한 조직을 한데 묶으면 ‘한 지붕 두 가족’식 운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기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제공항 경쟁력 강화와 지역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공항정책 전반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서로 경쟁을 벌이면서 경영 효율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률 정비 역시 변수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각각 별도 설립 근거법을 둔 공공기관이어서 민간기업처럼 이사회 결의만으로 통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통합이 현실화하면 존속 법인 지정은 물론 자산·부채·인력 승계, 사업 목적 조정, 감독 권한 재배분까지 국회 입법으로 정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로펌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공공기관 통합은 민간기업 합병처럼 이사회 의결만으로 끝나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며 “설립 근거법이 각각 다른 만큼 자산과 부채, 인력, 계약관계, 감독 권한의 승계 구조를 입법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한 뒤 교수와 재경부·관계부처 1급 실장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권용훈/남정민/인천=강준완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