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오해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수분양자들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월 29일 수분양자 A씨 등 4명이 분양업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이 사건은 수분양자들이 생활숙박시설을 실거주가 가능한 시설로 오인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는지, 그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원고들은 2021년 생활숙박시설 ‘J’의 여러 호실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다. 이후 해당 건물이 법적으로 숙박시설로 분류돼 주거용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자, 실거주 가능성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앞서 2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분양업체가 광고와 분양 상담 과정에서 실거주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했고, 생활숙박시설의 주거용 사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수분양자들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블로그 등 분양 홍보물 일부에 '주거'·'거주' 등의 표현이 사용되긴 했지만, 동시에 '법적 용도는 숙박시설', '숙박업·부동산 임대업', '종부세·양도세 중과 배제, 전매 무제한, 1가구 2주택 무관' 등의 문구를 통해 해당 건물이 생활숙박시설로서 일반 주거용 건축물과 차이가 있다는 정보도 비교적 상세히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또 생활숙박시설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건축법상 영업시설군에 해당해 용도 변경 없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법규상 금지돼 있었고, 일부 사례에서 주거용으로 사용된 것은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사실상·관행상의 이용 형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계약서 내용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분양계약서 표지에는 해당 건물이 '생활숙박시설'임이 명시돼 있었고, 계약서 제22조에는 생활숙박시설 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불이익은 수분양자가 부담하며 분양업체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원고들이 직접 서명·날인한 확인서에도 건물이 생활숙박시설임을 인지하고 숙박업 운영 등 일체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동의하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계약서와 확인서의 문언에 비춰 볼 때, 계약 당사자들이 해당 건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분양자들이 주거용 사용을 동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분양업체에 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동기의 착오' 법리에 대한 중요한 해석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동기의 착오란 의사표시를 하게 된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법리인데, 대법원은 이를 인정받으려면 해당 동기가 상대방에게 명확히 표시돼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편입됐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홍보물에 '주거', '거주' 등 일부 문구가 포함됐더라도 계약서와 확인서에 생활숙박시설임이 명확히 표시된 이상, 주거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 동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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