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가격 상승을 넘어 금융시장과 산업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중동 전쟁이 2주차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원유 공급 차질을 넘어 가격·금융·결제 구조까지 흔드는 '복합 위기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회는 "현재의 위기는 원유 수급 문제를 넘어 환율과 금융시장, 산업 공급망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적 충격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정부와 산업계의 정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변수로 미국의 이란 하르그섬 타격을 지목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이다.
협회는 "이번 공격은 단순한 원유 물량 차질을 넘어 에너지 거래 안정성과 결제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이란이 중국과 비달러 기반 원유 거래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통화 질서에도 파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 항로 관리 참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동맹 기여와 국익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군사적 직접 개입 대신 기뢰 탐지, 피해 선박 구조, 국제에너지기구(IEA) 공조 등 비군사적 역할 중심의 ‘한정적 동참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협회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재고가 2~3주 수준에 불과해 제조업 전반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입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플라스틱·섬유·자동차 부품·포장재 등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천NCC는 공급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주요 고객사에 공급 차질 가능성을 통보한 상태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에탄·LPG 혼소 비율 확대와 러시아산 원유의 한시적 도입을 통해 정제 나프타 확보를 늘리고, 미국산 에탄 수입 인프라도 긴급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회장은 "지난주가 물량 확보 중심의 1차 방어 국면이었다면 지금은 가격 안정과 금융시장 신뢰, 산업 연속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2차 복합 대응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어 "4억 배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준 약 20일치 공급 공백을 메우는 수준이고 미국에서 출발한 비축유가 아시아에 도달하는 데도 약 45일이 걸린다"며 "비축유 방출은 구조적 해법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원유뿐 아니라 나프타·LPG·가스·핵심 광물 등 산업 원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공급망과 거래망, 금융망을 통합한 에너지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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