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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조 국민연금, 자산별 부문장 신설 필요"

입력 2026-03-16 15:26   수정 2026-03-16 15:27

국민연금이 적립금 1600조원 시대에 들어서면서 기금운용본부에 대체투자 부문장을 비롯한 자산군별 부문장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격히 불어난 기금을 지금처럼 최고투자책임자(CIO) 1인 중심 구조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대체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산군별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나누는 조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 권한 분산 필요성 제기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3년 기금운용본부 조직 구조와 적정 인력을 재점검하기 위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윌리스타워스왓슨(WTW)에 외부 용역을 맡겼다. WTW는 CIO 아래 주식·채권·대체투자 부문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CIO가 10여 개 안팎의 하부 조직을 직접 관리하는 현재 구조로는 커진 자산 규모와 복잡해진 투자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보고서는 기존의 ‘실(室) 단위’ 조직만으로는 고도화되는 자산 배분 체계와 해외·대체투자 확대 흐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CIO 아래 주식부문장, 채권부문장, 대체투자 부문장을 두고 자산군별 책임과 권한을 더욱 분명히 나누는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산군별 전문성을 높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CIO에게 집중된 판단 부담을 분산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은 실제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6월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 인프라 개선방안’에는 해외사무소 확대, 운용 인력 보강, 보수체계 개선 등 보고서의 일부 제언은 반영됐지만 주식·채권·대체투자 부문장 신설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운용 인프라는 일부 보강됐지만 기금운용본부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복잡한 지배구조를 꼽는다. 기금운용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 내부 조직인 만큼 조직 확대와 직제 조정, 인력 증원 과정에서 복지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자산운용 조직의 특성에 맞춰 신속하고 유연하게 체계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 “글로벌 투자 보조 맞춰야”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자산군별 부문장 체계를 다시 검토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바꿔왔다. 특히 해외·대체투자는 전통 자산에 비해 투자 검토와 사후 관리, 법률·세무 검토, 리스크 관리 등에서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해외 주요 연기금은 이미 자산군별 책임 구조를 갖춘 곳이 많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CIO 아래 액티브주식, 사모투자, 신용투자, 실물자산 등 자산군별 책임자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도 공모주식, 채권·멀티에셋, 사모투자, 인프라, 부동산 등 자산군별 조직을 별도로 운영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와 자산 다변화를 추진하려면 이에 걸맞은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며 “운용 방향이 분명해질수록 관련 조직 개편 논의도 다시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이미 16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조직 개편 논의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23년 외부 용역에서 관련 방향이 한 차례 제시된 만큼 향후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연구용역에서 나온 여러 제언 가운데 하나일 뿐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한 조직 개편안은 아니다”며 “기금운용 조직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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