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불태우겠다”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유통량의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는 사실상 마비됐다.이에 따라 아람코는 페르시아만에서 직접 원유를 선적하는 대신 ‘동서 파이프라인(송유관)’을 가동해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로 원유를 실어 나르기로 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은 페르시아만의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에서 홍해 얀부를 잇는 길이 약 1200㎞의 송유관이다. 2019년 하루 300만 배럴 정도 용량을 확장해 하루 700만 배럴까지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 이미 유조선들도 페르시아만 대신 얀부항으로 모여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원유를 200만배럴 이상 선적할 수 있는 대형 유조선 약 30척이 앞으로 며칠에 걸쳐 사우디 서부 홍해의 얀부항으로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웃한 UAE도 아부다비 인근 유전지대에서 인도양에 접한 오만의 푸자이라 항구를 연결하는 370km 송유관(하브샨·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을 이용하고 있다. 해당 송유관을 이용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 송유관은 하루 최대 180만배럴을 수송할 수 있다. 이번 전쟁 이전에도 약 110만 배럴을 수송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페르시아만보다 안전하지만, 홍해나 푸자이라 항구에서 원유를 수송하는 것도 위험 요소가 있다. 홍해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항로 길목인 예멘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조직 예맨 후티 반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2024년 상선들을 대상으로 수십 건의 공격을 감행했다. 푸자이라 항구도 최근 이란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원유 수입을 위해 이같은 송유관을 이용하려는 구매자 수요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 해협 양쪽의 원유 가격이 크게 변동했다”며 “오만에서 선적된 원유는 (해협 안쪽) 두바이에서 선적된 원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해운 중개업자는 “유조선 판타나사호가 오는 28~29일 얀부 항구에서 선적해 한국으로 운송하는 계약을 2800만달러에 체결했는데, 이는 평소 운임의 두 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이란도 원유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란도 2021년께 페르시아만을 우회해 오만만에서 수출할 수 있도록 약 1000㎞ 길이의 송유관을 건설해 둔 상태다. 이 송유관은 이란 남서부 유전지대인 부셰르주 고레에서 시작해 파르스주를 지나 남동부 호르모즈간주의 반다르-에-자스크(자스크 항구)까지 이어진다. 자스크 항구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동쪽으로 벗어난 오만만 연안에 있다. WSJ은 “2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이 최근 자스크항에 선적됐다”고 보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