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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새 분쟁’ 비극 딛고 美 MRO로…HJ중공업, 군산서 부활 뱃고동

입력 2026-03-16 12:25   수정 2026-03-16 12:26




HD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HJ중공업 최대 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에 매각한다. HJ중공업은 이를 통해 대형 선박 건조 역량을 확보하고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지난 13일 군산조선소 자산 양수도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HJ중공업의 최대 주주다.

HD현대중공업은 공시를 통해 “실사 종료 후 감정평가를 실시해 확정되는 기본자산가액을 기초로 당사자 간 협의를 거쳐 계약 금액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거래 규모가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파산 위기 딛고 체질 개선, 특수선서 ‘반전 드라마’



HJ중공업의 전신은 한진그룹 계열사였던 한진중공업이다. 회사는 1937년 ‘조선중공업’으로 출범해 국내 조선 산업 초창기 기반을 구축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후 상선과 해군 함정 건조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 조남호 전 회장이 주도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룹 내 지분 싸움인 '옥새 분쟁'까지 불거지며 경영 시스템이 마비됐다.

장기간 이어진 노사 갈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진숙 위원의 고공농성과 ‘희망버스’로 상징되는 극한의 노사 대립은 88년 역사의 조선소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조선업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2021년 산업은행 관리 체제를 거쳐 동부건설 컨소시엄(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에 인수됐다. 당시 시장의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사모펀드가 조선소를 살릴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사모펀드 인수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명을 HJ중공업으로 변경하고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유상철 대표 체제 아래 단행된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은 반전을 만들어냈다. 상선 중심 사업 구조에서 특수선과 방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주가 늘며 실적도 개선됐다. 그 결과 2024년 1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매출 1조 999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배(824.8%) 이상 폭증하며 5년 만에 5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군산의 눈물’ 닦고 제2 도약 시동


군산조선소는 2010년 준공 당시만 해도 전북 경제의 4분의 1을 책임지던 핵심 심장이었다. 약 180만㎡ 부지에 길이 약 700m 독과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추고 있으며, 18만톤급 벌크선 기준 연간 10여 척 수준의 건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업 불황으로 수주가 급감하면서 HD현대중공업은 2017년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협력 업체와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2022년 10월 가동 중단 5년 만에 일부 재가동이 이뤄졌지만, 완성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울산 조선소로 보내는 선박 블록 생산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군산조선소는 다시 선박 신조 기능을 갖춘 생산 기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HJ중공업은 길이 약 700m 규모 독과 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확보하게 되면서 기존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어려웠던 대형 선박 건조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 광탄선(VLOC) 등 대형 선박 건조 시장 진입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는 향후 일정 기간 군산조선소에 블록 물량을 발주하고 기술 협력도 지원할 계획이다.




美 해군 MRO와 MASGA 수혜주로…부활 신호탄


HJ중공업은 군산조선소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이미 미 해군과 함정 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군함 정비 사업 수주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군산조선소 확보가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J중공업은 영도조선소의 생산 시설 제약을 극복하고 자사 수주 상선을 군산조선소에 아웃소싱(삼성중공업 모델)하는 시너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의 블록 발주 지원과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까지 더해져 양사 모두에 윈윈(Win-Win)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도 마련됐다. HD현대중공업은 향후 3년간 군산조선소에 블록 물량을 지속 발주하고 설계 및 스마트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협력사 인력 약 800명의 고용 승계도 추진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군산조선소가 본연의 위상을 되찾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전북도 차원에서도 행정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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