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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딸 구연경, 구연수씨. 세 모녀가 2023년 2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선대회장이 남긴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해달라며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1심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하고, 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에선 2018년 선대회장 사후 상속인들 간에 이뤄진 상속재산분할절차가 유효한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는지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세 모녀는 2018년 상속 당시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있는 줄 알고 착오로 분할협의를 했다고 주장하며 상속회복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적법·유효하다고 봤고, 선대회장의 ‘유지 메모’의 존재를 인정해 구 회장에 의한 경영권 승계 의사가 명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세 모녀의 상속회복청구에 대해서도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상속회복청구, 언제 제기할 수 있나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을 남기고 사망하면 남은 상속인들은 그 재산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에 관하여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할협의가 무효가 되면, 무효인 분할협의에 기해 상속재산을 가져간 상속인에 대해 정당한 상속분에 따른 재산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속회복청구입니다.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정당한 상속권을 침해당한 진정한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권을 침해한 소위 ‘참칭상속인(가짜상속인을 의미합니다)’을 상대로 상속권의 회복을 구하는 소송입니다(민법 제999조). 공동상속인이라도 자신이 받을 정당한 상속분을 넘어서서 취득한 부분에 한해서는 참칭상속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는데, 이 기간은 제소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시효가 중단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내용증명을 통해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류분반환청구와는 다릅니다. LG가의 상속사건에서도 법원은 세 모녀의 상속회복청구의 소가 이러한 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됐다고 본 것입니다. 세 모녀가 곧바로 항소를 했으니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판단을 하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지요.
“상속은 인간 본연의 문제”
필자가 미국 유학 시절 상속법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말 중 인상적인 멘트가 있습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상속재산의 분배는 법률세계에 알려진 가장 처절하고 파괴적인 싸움에 불을 붙인다”는 말이었습니다. 상속에 대한 기대, 또는 상속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가족 구성원들의 행동과 서로의 관계를 통제합니다.사랑, 증오, 질투, 탐욕 등 인간 감정의 모든 것이 상속과 관련해 분출됩니다. 상속은 단순히 재산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가족의 오랜 역사와 관계, 그리고 복잡한 갈등이 점철된 인간 본연의 문제인 것입니다. LG가의 상속사건은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일반인들 뿐 아니라 재벌가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인간적인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상속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애매한 ‘유지 메모’가 아니라 확실하게 법적 효력을 갖는 유언공증을 해두던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사후설계를 명확하게 해두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평소 가족간에 많은 대화를 나눠서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상속재산을 가급적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생각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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