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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쁘고 맛있게…의약품도 '패스트패션' 바람

입력 2026-03-16 17:10   수정 2026-03-17 00:50


“의약품도 트렌디한 제형과 디자인으로 시장 파급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김현선 알피바이오 총괄 사장)

의약품 연질캡슐(사진) 시장 국내 1위인 알피바이오가 약의 디자인과 복용 방식에서 유행을 이끄는 ‘브랜드 메이커’로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글로벌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노브랜드 상장을 이끈 김현선 총괄 사장을 영입했다. 기술력과 속도로 트렌드 변화를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첫 ‘젤리 의약품’ 출시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와 진통제 ‘이지엔6’, 종근당의 감기약 ‘모드콜’, 유한양행의 영양제 ‘마그비’. 이들의 연질캡슐 제형은 모두 알피바이오의 손에서 나왔다. 1983년 대웅제약이 미국 연질캡슐기업 카탈런트(옛 알피쉐러)와 합작해 세운 한국알피쉐러로 출범한 이 회사는 40여 년간 연질캡슐제 생산 ‘한 우물’만 팠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일반의약품 연질캡슐 시장의 60%를 점유한 독보적 1위다.

먹는 약은 크게 가루약을 뭉친 정제와 캡슐 안에 가루약을 담은 경질캡슐, 시럽 같은 약물을 말랑한 포장으로 덮은 연질캡슐로 나뉜다. 연질캡슐은 다른 약에 비해 생산이 까다롭다. 수분이 적어 딱딱한 다른 약에 비해 오랜 기간 보관할 때 안전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알피바이오는 기존 제품보다 약물이 2.9배 빠르게 흡수되고 크기는 30% 줄인 ‘뉴네오솔’ 기술을 보유했다. 수분량이 많은 약을 36개월까지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안정화 기술 ‘뉴네오젤’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고객사를 ‘찾아가는’ 생산기업을 넘어 고객사가 ‘찾아오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또 다른 도약을 앞두고 있다. 국내 첫 젤리형 의약품 출시가 임박하면서다.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젤리 제형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생산 허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올해 5월께 젤리형 건강기능식품을, 8월께 의약품을 시중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복약 문화 바꾸는 기업 목표”
약을 젤리로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약을 덮는 젤라틴 피막은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녹아 들러붙기 쉽다. 이때 불순물이 생길 우려가 있다. 연구력을 토대로 다양한 조건의 보관 환경에서도 변형 없는 젤리를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한 젤리의 불순물 발생률은 0.00%다. 1㎜ 미세 이물질까지 잡아내는 검사 장비도 도입했다.

김 사장은 “의약품 수준의 젤리로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 라인은 고가 제품을 소량 생산하도록 꾸려 ‘유행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 라인을 바꾸는 패션업’과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알피바이오에서 ‘패션 바이오’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젤리 제형 기술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제약사의 생산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 김 사장은 “다양한 정제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제약사가 보유한 약물을 어떤 제형으로 만들어 공급해야 시장 파급력이 가장 클지 컨설팅해줄 수 있다”고 했다. 전통 제약사보다 앞선 시장 안목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엔 연질캡슐 안에 정제를 넣은 신규 제형도 출시한다. 제형별로 몸속에서 흡수되는 위치를 조절할 수 있어 여러 약을 먹는 환자 불편을 덜 수 있다. 업계에선 올해 영업이익 목표 120억원(매출 16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장기적으론 ‘복약 문화’를 바꾸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삼키기 힘들지만,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의 시대를 넘어 ‘예쁘고, 맛있고, 간편하게 즐기는 간식’ 같은 약을 만드는 것이다. 김 사장은 “K-의약 젤리라는 새 표준을 만들어 알피바이오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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