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해 7월 솔루엠이 발행한 제3자 배정 RCPS였다. 솔루엠은 글로벌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우호적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1200억원 규모 RCPS를 발행했다. 이 RCPS에는 전성호 대표가 콜옵션을 행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됐다. 얼라인은 이 구조가 일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로 전 대표는 RCPS 관련 시장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인에게 부여된 콜옵션 물량의 절반을 이사회 내 위원회 합의를 거쳐 핵심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로 배분하기로 했다. 또 RCPS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RCPS 투자자들이 주요 주주총회 안건들에 대해 중립적인 표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주들의 의결권 희석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 밖에 얼라인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를 이사 후보로 올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전 대표는 퇴임 이후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이번 합의는 솔루엠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전 대표 역시 “얼라인과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 성장 전략을 함께 설계하게 돼 의미 있는 합의”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 확대를 넘어 이사회 독립성 강화, 비핵심자산 매각 등 지배구조 전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며 “소액 주주의 권리가 강화됐다는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기 부사장 출신인 전 대표는 2015년 솔루엠이 삼성전기에서 분사할 때부터 경영을 맡았다. 분사 당시 약 4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솔루엠이 공격적인 해외 공략 등으로 10년 만에 1조6000억원대로 커졌다. 그동안 회사 안팎에선 전 대표를 대신할 전문 경영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다. 얼라인도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전 대표의 경영권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얼라인은 앞서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압박해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냈다. 코웨이와 DB손보 등에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KCC에 5조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유동화해 주주가치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황정환/송은경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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