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대기업은 이미 스마트공장을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접목한 자율 제조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해서는 선도기업의 성과를 넘어, 제조 생태계의 뿌리를 이루는 소공인까지 함께 변해야 한다. 2024년 제조업 중 9인 이하 사업체 비중은 88%에 이르지만, 이들 현장에는 노후 장비와 낮은 디지털화 수준, 인력 부족 등이 동시에 존재한다.2024 도시형소공인 실태조사에서 소공인들은 ‘스마트자동화 시스템 구축 지원’과 함께 ‘데이터관리 및 모니터링 플랫폼 개발 및 지원’을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주요 정책으로 꼽았다. 디지털 기술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전문 인력 부족’과 ‘높은 비용’을 지목하며, 복잡하지 않으면서 비용 부담이 적은 ‘적정기술’ 형태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공인 스마트화 정책의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첫째, 개별 기업 단위로 지원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장비와 플랫폼 중심의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동네 김밥집이 각자 배달 앱을 개발하는 대신, 배달 플랫폼에 가입하는 식으로 손쉽게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소공인 제조 현장도 마찬가지다. 개별 공장마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현장에 설치된 장비에서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 표준화된 형태로 저장·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민간 기업의 폐쇄적 플랫폼은 승자독식 구조를 띠기 쉽다. 따라서 소공인 제조 데이터 플랫폼은 정부와 관련 협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 인프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으로 보급된 장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공공 플랫폼에 축적된다면, 이는 중소 제조업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고 피지컬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대가 된다.
둘째, 소공인에게 필요한 디지털 전환은 복잡한 AI 솔루션이 아니다. 현장 장비가 지금 가동 중인지, 얼마를 생산했는지, 이상 징후는 없는지와 같은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사출기 같은 대표 장비에 대해 표준화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모듈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고 여기에 장비 매뉴얼을 학습한 대화형 AI를 결합하는 식이다. 현장 작업자가 “기계가 갑자기 멈췄는데 원인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즉시 센서 값과 매뉴얼 내용을 바탕으로 ‘머신GPT’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셋째, 시스템통합(SI) 업체의 AI 활용 역량을 키워야 한다. 소공인 현장에서 스마트화를 실제로 수행하는 주체는 개별 제조업체가 아니라 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SI기업이다. 데이터 표준과 플랫폼이 마련되면, 다양한 장비를 다뤄온 SI업체가 이를 기반으로 피지컬 AI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은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소공인 제조 AI지원 사업은 데이터 플랫폼과 SI 생태계 육성을 축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기업·중견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제조 산업 전체가 함께 AI 전환의 혜택을 누리는 ‘뿌리부터 강한 제조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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