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상판은 이탈리아 비앙코 대리석으로, 유리 수납장 안엔 조명도 달아주세요.”
맞춤형 프리미엄 주방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거실, 침실로 인테리어에 입문한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주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아마추어 셰프’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구업체들은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프리미엄 주방 인테리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까사가 지난해 9월 말 선보인 ‘쿠치넬라’는 서울 강남의 리모델링 수요를 겨냥한 브랜드다. 유럽 고가 자재와 전자기기 등으로 맞춤형 주방 인테리어를 설계해준다.

올들어 3월까지 쿠치넬라 매출은 지난해 10~12월 매출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널찍한 아일랜드 주방에서 요리하는 문화가 젊은층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특정 소재와 디자인을 콕 집어 상담하는 사례가 작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방은 대개 대리석, 무늬목 등 고급 천연 소재를 사용한다. 자연스러운 질감과 무늬를 살리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터키산 붉은 대리석(로소 레반토), 이탈리아산 흰 대리석(비앙코), 이탈리아 알피 사의 무늬목 등 구체적인 사양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많다.
제품 가격은 상당수가 억단위다. 한샘의 프리미엄 주방 ‘키친바흐’의 경우 오크 원목으로 만든 ‘스모크드 오크’ 주방의 기본형은 4000만원대에 살수 있다. 수납장, 조명, 수전 등 옵션을 붙이면 제품값이 1억원을 넘어간다. 최소 3억원대부터 시작하는 이탈리아 럭셔리 주방가구 ‘발쿠치네’는 올 들어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

경기도 성남 판교의 타운하우스 ‘아펠바움’, 인천 송도 골프클럽인 ‘잭니클라우스 타운하우스’, 서울 성북동 개인주택 등 고가의 단독 주택 거주 고객이 주된 소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쿠치네의 국내 운영사인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발쿠치네의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의 2배로 잡았는데, 현 시점에서는 목표의 3배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 재건축 수요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발쿠치네의 인기 모델은 ‘아르테마티카’로 3억원대다. 이 제품에는 손가락을 가볍게 대기만 해도 소음없이 부드럽게 여닫을 수 있는 ‘에어리우스 도어 시스템’ 기술이 적용됐다.

한샘의 ‘키친바흐’도 올 들어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한샘 관계자는 “통상 50평대 이상 가구에 프리미엄 주방을 설치하는데 요즘엔 30~40평대에서도 널찍한 아일랜드 주방을 놓으려는 소비자가 많다”고 전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거실, 욕실 등의 인테리어는 최소화하고 주방을 럭셔리하게 꾸미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총 인테리어 예산이 1억원이라면 3000만원으로 샷시, 바닥, 벽 등을 시공하고 7000만원을 주방에 투자하는 식이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주방에서 요리도 하고 식탁에서 업무도 보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아일랜드, 식탁 등을 고가의 소재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샘의 인테리어 대리점에는 “2000만원으로 집안을 다 고치고 5000만원으로 주방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 등 주방에 초점을 맞춘 문의가 최근 크게 늘었다.
이같은 양극화는 앞으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인테리어 전체에 큰 비용을 지불하긴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주방에만 힘을 주는 선택을 하는 셈이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방가구 거래액은 2020년보다 95.5% 늘었고 지난해엔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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