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970년부터 이어져 온 기업들의 분기 실적 보고 의무를 폐지하고, 연 2회 반기 실적을 공개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SEC는 이미 주요 거래소 관계자들과 만나 해당 규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르면 다음달 관련 제안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30일 정도 공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SEC 위원 투표가 이뤄진다.
이 논의는 지난해 9월께 미국 장기거래소(LTSE)가 SEC에 분기 보고 의무를 폐지하고 반기 보고만 허용해달라고 청원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SEC의 보고 규칙 개정을 촉구하며 당시 SNS에 “이렇게 하면 비용이 절감되고 경영진은 회사 운영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적었다. 또 “중국은 50~100년을 내다보고 회사를 경영하는데 우리가 분기 단위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집권 1기 때도 반기 보고 전환을 시도했다. 제이 클레이턴 당시 SEC 위원장이 이에 응하는 듯했으나 규정 변경을 위한 제안서 발행 단계까지 가진 못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명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2021년 반기보고서 제출 규정 개정 작업을 조용히 중단했다.
유럽연합(2013년), 영국(2014년), 싱가포르(2020년) 등 주요 시장은 이미 반기 공시 체제를 도입했다. 일본도 2024년 1분기·3분기 보고서 공시 제출 의무를 없애고 반기 보고·연간사업 보고 체제로 전환했다.
실적 공시 횟수를 줄이자는 측은 분기 보고가 기업이 단기 실적에 집중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이 조치가 기업의 상장사 전환 부담을 덜어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싱가포르 중소기업들은 2003년 분기별 실적 보고 의무가 시행됐을 때 시가총액이 평균 5%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은 기업 공시의 투명성이 낮아지고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는다. 특히 미국은 글로벌 대기업이 많아 공시 제한의 여파가 다른 시장보다 더 클 수 있다. 대기업의 분기 보고 내용은 동종 업계 소규모 기업들에 가이던스가 되기도 하는데 그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기업의 공시 부담을 줄여주려면 시장에서 감시 역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