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면담한 일부 기업은 작년 말부터 배터리 셀 납품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기업도 공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협의하고 있다. 이들이 공급할 배터리 관련 제품은 연간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미국 측은 이날 면담에서 배터리 완제품뿐 아니라 양극재, 음극재, 단열재 등 핵심 소재까지 비중국산을 쓸 것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방수권법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중국산 방산 제품·소재 수입을 본격 규제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배터리 소재까지 3년 내 100% 비중국산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이 잇달아 발발하면서 크기가 작고 내구성이 뛰어난 군용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부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출 대안이 없어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미군 납품 규모는 급속히 커질 수 있다. 현재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무기에 직접 쓰이는 배터리 생산에는 소극적이다.
방산용 특수 배터리는 일반 전기차(EV) 배터리와 비교해 시장은 작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자폭형 드론은 무거운 폭탄을 싣고 장거리를 비행한다. 극초음속 유도 미사일은 급격한 방향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기 저항을 견뎌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방산용 특수 배터리의 가격은 ㎾h당 500~3000달러에 달한다. 중저가 리튬·인산철(LFP)은 30~60달러, 삼원계(NCM)는 80~120달러에 그친다.
미국 측은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한국산 배터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재 텍사스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최근 유럽과 중동 지역 등에서 전쟁이 잇따르자 과거와 다른 방산 전략과 무기 체계가 도입되고 있다”며 “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 전기차, 에너지 분야 등에서도 새로운 방산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