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새해를 맞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제미나이 등에 사주풀이를 부탁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첨단 기술에 대고 운명론적 길흉을 묻는 아이러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불안감이 커지고 의지할 곳을 찾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국내 유일한 물리학자 천주교 사제인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사진)는 “AI로 인해 불안하고 외로운 이들, AI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게 21세기 종교가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례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KAIST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학 과정을 거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는 AI를 연구하는 종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출간한 <AI 시대의 삶과 신앙>을 통해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과 종교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가톨릭 교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9일 한국 천주교 지도자인 주교들을 대상으로 AI에 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AI가 전 세계 모든 종교의 위기감을 불렀다”며 “인간이 AI라는 하나의 도구를 만들었는데, 사람은 거꾸로 AI를 인간보다 신뢰하고 인간보다 AI를 높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하느님이 만들었다는 인간이 우리가 만든 AI보다 못할 수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창조론에 대한 도전이고 2000년 된 종교가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대학 강단에 서는 만큼 교육 현장의 변화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는 “변별력이 없어져 버려서 독후감 과제는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교수보다 앞서 AI에 고민을 털어놓고 진로를 상담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종교계에서는 로봇 성직자가 등장하는 등 인간 성직자의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김 신부는 “인간의 자부심을 회복하는 데 종교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직업은 인간을 돌보는 인간이고 이런 측면에서 이 세상 모든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초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돌봄의 중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마존에서 지난해에만 3만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며 “AI에 의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거나 취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런 이들을 위로하고, 재교육을 포함해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촉구하는 건 종교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얼핏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신앙인과 과학자의 길은 ‘관점의 전환’이라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고 봤다. 김 신부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베이징 원인을 발견해 진화론에 크게 공헌한 테야르 드 샤르댕은 천주교 사제였다”며 “당장은 AI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지만 결국 인류의 도약으로 만드는 데 과학뿐 아니라 종교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인류 역사상 관점의 전환이 이뤄지는 순간마다 종교인들이 공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도 했고요. 당장은 AI를 둘러싸고 많은 우려가 있지만 이를 계기로 인간의 도약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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