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직장 동료가 들려준 달리기의 즐거움에 매료돼 러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숨이 가쁘고 쉽게 지쳤지만, 새벽과 주말을 활용해 조금씩 거리를 늘려갔다. 꾸준히 달리다 보니 작년에는 하프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의 성취감은 컸다.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의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첫 도전이었기에 목표는 그저 완주였다. 동료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준 덕분에 여유 있게 몸을 풀고 수월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 초반 워밍업이 끝나자 자신감도 붙었다. 새로 산 경량 러닝화 덕분인지, 대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몸도 가볍게 느껴졌다. 문득 어쩌면 2시간 안에 충분히 들어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마저 들었다. 계획보다 조금은 빨리 달려도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페이스를 올려가던 중 17㎞ 지점을 지난 오르막길에서 급격히 체력이 소진됐다. 황급히 에너지 젤을 먹고 이온 음료도 마셔봤지만 한번 떨어진 페이스는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곧 가벼운 조깅 속도마저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어찌어찌 버티면서 결승선까지는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제야 수많은 달리기 선배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초반 스퍼트의 위험성과 꾸준한 페이스 유지의 중요성을.
최근 많은 투자자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느끼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다급해지고, 급등장을 보고 있노라면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시간의 힘’을 되새겨야 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성공 요인으로 종목 선정 능력과 흔들리지 않는 투자 철학 등이 꼽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시간의 힘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투자를 시작해 70년 이상 시장에 머무르며 복리의 효과를 온전히 누렸다. 버핏의 자산 대부분이 65세 이후에 형성됐다는 사실은 장기 투자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간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지다.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투자에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페이스가 필요하다.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로서 우량주에 분산 투자하는 ETF를 꾸준히 분할 매수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급등하는 종목에 ‘몰빵’하고 싶은 유혹을 참고, 단기 급등할 것 같은 주식에 레버리지로 투자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며 기계적으로 분산투자를 이어가는 것. 느려 보여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려가는 방법이다. 국내 주식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자기만의 투자 방법을 고민하고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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