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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테크 인사이드] 중국이 전인대에서 BCI 언급한 이유

입력 2026-03-17 17:46   수정 2026-03-18 00:09

“딸을 한 번이라도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입니다.”

‘Isn’t she lovely’라는 명곡을 작사·작곡한 스티비 원더는 시각장애인이다. 임신 35주 만에 태어난 조산아였던 그는 신생아 집중치료를 받던 중 간호사의 실수로 인큐베이터에 산소가 과다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해 시력을 잃고 만다. 병명은 미숙아 망막병증. 눈이 덜 자란 상태에서 과도한 산소 치료를 받다가 망막이 손상된 경우다.
BCI, 산업 패권 좌우한다
스티비 원더는 시력을 잃었지만 탁월한 음악성을 발휘하면서 어릴 때부터 음악 천재라는 얘기를 들었다. 마이클 잭슨을 배출한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음악 음반사 모타운 레코즈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영입했을 때 스티비 원더의 나이는 불과 11세. 앞을 볼 수 없던 천재 소년은 모타운 소속으로 음악 활동을 하다가 작곡가인 시리타 라이트를 만나 첫눈에 반했고, 20세가 되자마자 결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975년 딸 아이샤 모리스를 품에 안았지만 스티비 원더는 딸을 볼 수 없었다.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마음을 담아 곡을 썼고 딸의 얼굴을 수없이 머릿속에 그렸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Isn’t she lovely’는 이렇게 탄생했다.

과거엔 스티비 원더의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 로봇을 다루고 시각장애인이 앞을 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대가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BCI는 뇌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BCI 기업 뉴럴링크는 ‘블라인드사이트’ ‘텔레파시’ ‘텔레키네시스’ 등 세 건에 대한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특히 블라인드사이트는 시각 피질을 자극해 시력을 잃은 이들에게 인공 시각을 제공하는 기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획기적 장치’ 지정을 받았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시각장애인에겐 혁신과도 같은 BCI 기술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이어 BCI 분야에서도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막을 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에너지, 양자, 체화지능, 6G(6세대)와 함께 BCI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았다. 전인대에서 BCI가 언급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인허쥔 중국 과학기술부장은 “BCI 기술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BCI는 중국을 먹여살리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다음 격전지는 인간의 뇌"
중국이 전인대에서 BCI를 처음 언급한 이유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뛰어넘었지만 BCI만큼은 격차가 뚜렷해서다.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핵심 기술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74개 핵심 기술 중 중국이 66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8개에서만 선두를 유지했다. 미국이 선두를 유지하는 분야로 BCI가 꼽혔다. BCI 분야는 중국 연구기관이 상위 10위에 단 한 곳도 없는 유일한 기술이다. 상위 7개 연구기관이 모두 미국에 있다는 점이 중국의 BCI 육성 정책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러티스틱스MRC는 BCI 시장 규모가 2024년 23억달러에서 2030년 8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향후 4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이 BCI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관련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BCI는 단순한 의료기술이 아니라 반도체, 데이터, 알고리즘, 로봇이 결합한 고부가가치산업의 집약체라는 걸 왜 우리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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