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AMD는 20년 된 ‘깐부 동맹’이다. 삼성전자가 2007년 AMD 그래픽 칩 ‘HD2000’에 전용 메모리(GDDR4)를 공급하면서 맺어진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주춤한 지난해에도 AMD는 공급망을 끊지 않으며 끈끈한 관계를 지속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 올라오자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 한국 사업장을 찾아 협력 관계를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 메모리를 넘어 차세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턴키’ 전략을 사업 확장 기회를 잡고, AMD는 TSMC 의존도를 낮추면서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공급망을 갖추며 ‘윈윈’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AMD는 20년 전부터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주는 혈맹으로 불렸다. 특히 지난해 이들의 동맹은 더 단단해졌다. AMD는 당시 출시한 AI 반도체 ‘MI350’과 ‘MI355X’에 삼성전자 5세대(HBM3E) 제품을 활용했다. 삼성전자의 HBM3E 성능이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올 때였지만 삼성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수 CEO가 이번에 방한한 것은 더 이상 삼성전자 HBM이 ‘AMD만의 것’이 아님을 감지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D램 재설계 등 기술력을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아온 삼성전자가 올해 간판 제품인 HBM4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루빈 공급망을 메모리업계 최초로 뚫으면서다. 올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 활용에 소극적이던 기존 입장과 달리, 적극적으로 공급을 요청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 CEO가 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에 견제구를 날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파운드리 협업은 두 회사에 시너지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HBM)→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최첨단 패키징(여러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까지 반도체 전 생산과정을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턴키 전략으로 칩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AMD 역시 TSMC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70% 내외의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회사에 수요가 몰려 고객사들의 가격 부담이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저렴한 턴키 솔루션을 활용해 엔비디아와의 칩 가격 경쟁에서 AMD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 CEO는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만나 AI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는 MOU를 맺었다. 양사는 네이버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운영에 최적화된 AI 인프라를 구축 하기로 했다.
강해령/유지희 기자 hr.k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