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이 제일 잡기 힘든 범죄자들의 이름하고 정보를 좀 알려주시오. 기사를 쓰면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1949년 국제뉴스서비스(INS) 소속 기자 윌리엄 허친슨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관계자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FBI가 그에게 알려준 인물은 토머스 제임스 홀든. 자신의 아내와 처남 등 세 명을 죽이고 도망친 인물이었다.
흉악한 범죄자의 실명과 범죄사실을 적시하고 FBI가 찾고 있다고 밝힌 이 기사는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고무된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이듬해인 1950년 3월, 공식적으로 'FBI가 가장 잡고 싶어하는 수배자 10명' 리스트를 출범시켰다. 첫 케이스로 지목된 홀든은 등재 후 15개월 만인 1951년 6월 미국 오리건주 비버턴에서 미장공으로 일하다가 그의 사진을 알아본 주민의 신고로 체포됐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수배 사실을 알린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은행 강도나 절도범 등이 주로 '10대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조직화되고 지능적인 범죄라기보다는 강력범이 많았던 셈이다. 1960년대에는 정부 자산을 파괴하거나 납치를 시도한 정치적 급진주의자들이 명단에 포함됐다. 1970년대부터는 국제 조직 범죄 등이 늘어났고, 1990년대 이후엔 국제 마약상, 연쇄 살인마, 테러리스트 등이 명단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등이 대표적인 10대 수배자 중 하나다.
지난 76년 동안 10대 수배자 명단에 오른 사람은 지금까지 총 540명이다. 이 중에서 501명(93%)은 체포되거나 소재가 확인됐다. 그 중에서도 163명은 일반 시민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명단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10명으로 유지된다. 체포되거나, 사망하거나, 혐의가 취하된 사람 수 만큼 인원이 추가된다. 검거가 활발한 해에는 많이 추가되고, 아닌 경우에는 적게 추가되는 구조다. FBI의 범죄수사국(CID)이 전국 현장 사무소에 추천을 요청한 뒤 검토해서 등재한다.
헤이스 잰키 FBI 범죄수사부(CID) 부장은 17일(현지시간) 국무부 외신기자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들이 최우선 과제로 남도록 보장하는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도주범들이 사라져서 정의의 심판을 피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했다.
최근 FBI의 관심사는 사이버 범죄다. FBI는 올 들어 총 3명의 새로운 인물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가장 최근인 12일 추가된 인물인 아니발 아기레(Anibal Aguirre)는 10대 수배자 명단에 오른 최초의 사이버 범죄자다. 잰키 부장은 "아기레는 외국 테러조직 트렌 덴 아라구아(TdA)와 연계된 대규모 국제 현금인출기(ATM) 잭팟팅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ATM 내 프로그램을 해킹해서 돈이 나오도록 조작하는 사기다. 라자루스그룹의 박진혁이나 안다리엘의 림종혁 등 북한의 주요 사이버 범죄자들도 미국 연방정부 수배 명단에 올라 있지만 '10대 명단'에 오른 적은 아직 없다.
이외에 워싱턴주 페더럴웨이에서 총기로 두 여성을 살해한 사무엘 라미레즈 주니어(10일 등재)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베트남인 형제 두 명을 납치, 고문,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트룽 둑 루(11일 등재)가 올해 추가됐다.
국제공조는 FBI의 검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다. 잰키 부장은 "명단에 오른 많은 도주범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전 세계 언론의 보도는 미국 외 지역에서 ‘10대 수배자’ 65명의 체포와 소재 파악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현상금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 10대 수배자에 대한 현상금은 올해 100만달러(약 15억원)로 인상됐다. 잰키 부장은 "우리는 이 모든 도피자 사건을 계속 처리하여 그들을 체포하고, 미국으로 송환하며,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단일한 해결책은 없지만, 우리가 이 사람들을 체포하여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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