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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필요해? 젠슨 황에 전화해"…엔비디아가 돈 꽂은 회사들 [김인엽의 퓨처 디스패치]

입력 2026-03-18 09:44   수정 2026-03-18 10:22


"우리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이를 홈런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그들에게 밀려오는 비즈니스 파이프라인을 보고 있기 때문이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회사 연례 최대 컨퍼런스인 GTC2026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황 CEO가 '홈런'이라고 언급한 기업은 코어위브와 엔스케일, 네비우스 3개사.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아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자사 생태계를 어떻게 확장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엔비디아의 2026회계연도(2025년1월~2026년1월) 매출은 2159억달러, 순이익은 1201억달러(약 178조원)로 매출 총이익률이 71%에 달한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첨단 AI칩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엔비디아를 돈방석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황 CEO는 "엄청난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이 자금은 우리의 성장을 위한 재고 확보와 공급망 지원에 쓰인다"고 말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지난 1월 코어위브와 지난 11일 네비우스, 12일 엔스케일에 각 20억씩을 투자했다. 테크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10억~20억달러 정도 현금이 필요한다면 황 CEO에게 연락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간 59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오AI(300억달러), 앤스로픽(100억달러) 등 AI프런티어랩(첨단 AI모델 연구소)를 중심으로 네오클라우드, 반도체기업인 인텔, 로보틱스기업 피겨AI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투자는 회사 차원의 직접 투자와, 사내벤처(CVC)인 엔벤처스 투자, 그리고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조직)인 엔비디아인셉션 3개 조직을 통해 진행된다. 같은 기간 엔벤처스는 47건을, 엔비디아 인셉션은 11건을 투자했다.

3개 조직은 각자 투자 성격이 다르다. 엔비디아 사내 '기업개발(Corporate devlopment)' 부서를 통해 진행되는 직접 투자는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과 인프라 공급망과 직결되는 대규모 투자와 인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AI프런티어랩이나 네오클라우드에 지분 투자를 하고, 고객사가 투자금으로 엔비디아 GPU를 공급하는 '자전 거래'들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엔비디아가 직접 투자한 기업은 지난해 53건으로 2024년(38건), 2023년(35건) 2022년(10건) 등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엔벤처스는 엔비디아의 AI 생태계가 확장되는 병목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 및 기업에 투자한다. 엔비디아인셉션은 지분 투자 대신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GPU 사용 권한과 기술을 주로 제공한다. 이들의 역할은 스타트업들을 엔비디아 GPU를 운영하는 플랫폼 'CUDA'로 초기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금흐름을 황 CEO가 제시한 'AI 인프라 5단 케이크론'에 따라 에너지부터 응용 소프트웨어까지 전 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은 이러한 엔비디아의 확장 전략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가장 하단부인 에너지 영역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AI 기반 전력망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에메랄드AI에도 자금을 투입하며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인 에너지 효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급증하는 AI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인프라 투자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자사 GPU를 대량 구매해 임대하는 '네오 클라우드' 기업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코어위브와 엔스케일에 각각 20억달러, 람다랩스에 4억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러한 투자는 엔비디아의 칩 매출을 견인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포석이다.

칩과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데이터 병목 현상 해결을 위해 실리콘포토닉스(광반도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광통신 부품 개발사인 아야랩스에 1억 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루멘텀과의 협력도 강화 중이다. 이번 GTC에서 공개된 차세대 네트워크 스위치 '스펙트럼-X'는 이러한 광통신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 송수신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영역이다. 오픈AI에 300억 달러, 앤스로픽에 100억 달러, xAI에 20억 달러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사들에 대한 투자는 다시 엔비디아 GPU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상단인 AI 응용 서비스 분야에서는 산업별 특화 솔루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피겨AI 등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과 연구과학용 AI 개발사 릴라 사이언스에 투자했다. 신약 개발 분야의 참 테라퓨틱스 등 바이오와 로보틱스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AI 실용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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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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