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C가 첫 전략적 투자 분야로 바이오를 선택한 것은 국내 신약 기업의 해외 진출 수요와 자금 공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도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단계에서 자금과 네트워크 부족에 부딪혀 왔다. KIC는 이런 병목 구간에 자금을 대 해외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로 바이오를 낙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의 초점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신약 기업이다. KIC는 아시아 최대 헬스케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CBC그룹과 협력해 초기 임상과 후속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임상과 기술수출·공동개발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복수의 기업과 공동으로 초기 임상에 투자할 방침이다. 초기 임상은 실패 가능성이 높아 민간 자금이 기피하는 구간으로, 이를 넘지 못하면 유망 기술도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업계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한국 기업에 관심이 있는 해외 운용사와 글로벌 투자자가 국내 시장 구조와 기업군을 충분히 알지 못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외국 운용사(GP)가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도 현지 사정을 잘 몰라 협업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투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목적이 앞선 투자일수록 실패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정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정부가 해외 운용사와 손잡고 바이오 펀드 조성을 추진했다가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투자 역시 운용사 검증과 투자 대상 선정, 사후 관리 체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초기 임상과 중·후기 임상을 구분해 운용 원칙을 달리하고, 초기 단계에는 보다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는 식의 세부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바이오 투자업계 관계자는 “KIC가 장기 자금의 성격에 맞는 원칙을 세워 일관되게 집행한다면 국내 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에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양병훈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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