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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질주에 수출 50% 급증…위기 속 들려온 희소식

입력 2026-03-23 17:30   수정 2026-03-24 00:08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다시 한번 강한 저력을 입증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3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33억달러(약 80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4% 급증했다. 이는 1~20일 기준 수출액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값지다.

수출 호조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산업이다. 반도체 수출은 187억달러로 1년 전보다 163.9% 폭증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잡은 결과다.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 수출이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대중국 수출은 108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69.0% 증가했다. 대미국 수출(106억달러)도 57.8% 늘었다. 월간 기준 국내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를 보였다. 이달도 20일까지 수출이 50% 넘게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10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수출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AI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업황이 꺾이면 수출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외 여건 역시 불안하다.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해 유가가 폭등하고 물류 대란이 본격화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미국의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압박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급증을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이 중요하다. 반도체 초격차를 공고히 하되 방위산업과 바이오 등 제2의 반도체가 될 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 수출 온기가 기업 투자와 고용을 거쳐 가계 지갑으로 이어지도록 규제 혁파와 세제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위기 속에 찾아온 희소식에 안주하지 말고 경제 체질을 단단히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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