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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안정 중시하는 신현송…'선제적 금리인상'엔 신중할 듯

입력 2026-03-23 17:33   수정 2026-03-24 07:52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난 22일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한국에서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동 사태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신 후보자의 총재 취임 이후 기준금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매파가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학계에서는 금융 안정을 중시하는 신 후보자가 일시적 공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 방향을 급격히 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져 한국은행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고조될 때도 그가 매파적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 申 “에너지 가격 급등에 신중히 대응”
신 후보자는 지난 16일 발표한 BIS 분기 보고서에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중앙은행들이 성급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때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말고 ‘통과시키는 것(look through)’이 교과서적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BIS는 해당 보고서에서 최근 치솟은 시장금리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당시인 2022년 금리를 너무 늦게 올려 물가가 치솟은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번에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신 후보자는 “이는 일종의 무릎 반사식(반사적이고 성급한) 반응”이라며 “아직 물가지표는 시장금리만큼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관건은 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려 있다”며 “지속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금리 인상을 압박해 고평가된 자산 가격에 타격을 주며 급증하는 정부 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는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강조했다.
◇ 통화정책이 금융 리스크 키울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은행 총재로서 신 후보자의 관심은 금융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가 쓴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발표한 ‘금융중개기관, 금융시장, 그리고 통화정책’이 대표적이다. 신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물가가 안정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낮은 기준금리는 금융회사의 위험 감수 성향을 높이고 레버리지(부채)를 확대해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물가 안정에서 거시건전성으로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쓴 논문 ‘바젤Ⅲ를 넘어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은 사실상 신 후보자의 ‘정책 선언문’으로 평가된다.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자본 규제만으로는 부족하고 금융회사 대출, 외화 조달 등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BIS 출신답게 신 후보자는 은행과 가계 부문이 부채를 많이 일으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경계해왔다”며 “그가 강조하는 선제적 대응은 단순한 금리 인상을 넘어 부채 등 거시적 측면에서 선제 조치를 취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을 지닌 신 후보자가 등판하면서 한은이 지금보다 더 많은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논의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설립 목적에는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 안정’이 명시돼 있지만 책임만 있고 수단은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 글로벌 금융 여건 적극 반영
신 후보자는 또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 여건을 통화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국내 물가와 성장률만 보는 것은 부족하며, 특히 한국 같은 개방 경제 국가는 글로벌 달러 흐름과 국경 간 은행 신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내놓은 ‘자본 흐름과 통화정책의 위험 추구 경로’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연구 이력을 들어 전문가들은 신 후보자가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국내 물가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환율, 국제 유가 등 외부 변수가 주원인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로 자금 유출이 심해지고,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이자율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가 시장과 어떻게 소통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2002년 논문 ‘공공 정보의 사회적 가치’에서 중앙은행의 과도한 정보 공개가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이 공적 신호에 지나치게 의존하도록 해 시장 쏠림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창용 총재가 지난 2월 도입한 K점도표를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진화시킬지도 관전 포인트다.

정영효/심성미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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