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자르의 정체성은 '인본주의'...고전 '햄릿'이 록 음악 안에서 발레로 태어날 정도
"베자르의 스타일은 인본주의적이고 보편적이며, 연령이나 문화적 배경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을 가졌습니다." 줄리앙 파브로 예술감독은 이번 방한에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15년 전 무용수로 한국 무대를 밟았던 그는 이제 BBL의 정체성을 전파하는 수장을 맡아 돌아왔다. 파브로는 베자르를 ‘스승이자 아버지’로 기억한다. 이러한 유대감은 선구적인 창작자였던 베자르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작품을 BBL의 레퍼토리로 과감히 편입시키며 무용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는 발렌티나 투르쿠 안무의 '햄릿'이다. 투르쿠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선형적 서사로 풀기보다 인물들의 심리 풍경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현대 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선율과 더불어 록 밴드 '뮤즈(Muse)',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의 음악을 도입한 점도 파격적이다. 투르쿠는 "현대 사운드를 통해 인물이 겪는 압박감을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몸이 양심과 의심, 욕망의 언어가 되도록 고안했고, 필름 누아르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20년 만에 재회한 예원 선후배, 김기민과 이민경의 조우
BBL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무용수 이민경에게도 이번 무대는 뜻깊다. 스페인 빅토르 우야테 발레단을 거쳐 BBL에 합류한 그는 '햄릿'에서 여주인공 오펠리아 역을 맡아 복잡한 감정선을 연기한다. 이민경은 "현대적인 감각 속에서 자신만의 오펠리아를 구축하기 위해 안무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인물 간의 관계를 몸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한 인연도 화제다. 이민경은 이번 공연에서 BBL의 상징적 레퍼토리인 '볼레로'에서 게스트 아티스트 자격으로 주역을 맡은 김기민과 예원학교 1년 선후배 사이다. 20년 전 만났던 두 사람은 이제 로잔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약하는 무용수가 돼 한 무대에 선다. 이민경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기민이는 여전히 순수하면서도 한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며 "그가 왜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는지 곁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파브로 감독 역시 김기민에 대해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무서우리만치 몰입하는 무용수"라고 극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BBL은 이번 투어에서 '볼레로', '불새'와 같은 발레단의 전통적인 레퍼토리와 '햄릿',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를 교차로 선보이며 베자르의 정신이 어떻게 현대 예술과 공명하는지를 보여줄 계획이다. 공연은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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