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해 주택용 전기에도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요금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전력 수요가 몰려 발전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 피크타임의 전기 소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으로부터 ‘에너지 절약 대응 계획’을 보고받고 “전기 사용 피크타임에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가정용도 피크타임에는 비싸게, 다른 시간대에는 싸게 해서 평균적으로는 같도록 하는 제도를 조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기후부는 앞서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 사용을 유도하고 오후 3~9시 피크타임의 수요를 억제하는 계시별 요금제 개편안을 내놓으며 최장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6개월 후면 (에너지 위기가) 다 끝난 상황일 수도 있으니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했다.
원전과 석탄발전의 가동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계획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올해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 3기의 수명 연장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연료비가 저렴한 기저 발전을 최대한 돌려 비싼 LNG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기후부는 또 25일 0시를 기해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올라가면 민간까지 의무화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민간 의무화 전의) 중간 단계쯤으로 공영주차장에서 제약하는 것도 한번 검토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여유 있게 쓸 수 있도록 공영주차장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가정용 계시별 요금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지능형 전력계량기(AMI) 보급 등 인프라가 부족해 전국적인 즉시 시행은 어렵다”며 “인프라가 갖춰진 제주도부터 단계적으로 확산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실제 제주도에서 2021년 선택형으로 도입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는 참여율이 0.3% 수준에 그치는 등 수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했을 때 기존보다 전기요금이 낮아져야 소비자 선택이 늘어나는데,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이 이미 낮은 수준이어서 추가 인하 없이는 유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일부 가구만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다수 가구에는 기존 누진제가 더 유리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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