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이 폭등하고 환율과 금리까지 뛰어 경영 여건은 ‘시계 제로’인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미국·이란 전쟁과 미국의 관세 폭탄, 미·중 갈등 등 툭하면 터져 나오는 대외 변수는 이제 상수가 된 느낌이에요. 작년 말 세워놓은 올해 사업 계획은 일찌감치 책상 서랍에 넣어놨습니다.” 얼마 전 만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토로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는 ‘뉴노멀’이 됐고 생각하지도 못한 지정학적 변수가 잇따르면서 공들여 짜놓은 사업 계획이 쓸모없어졌다는 것이다.고환율은 고물가와도 맞물린다. 비용은 폭등하고 제품 수요는 줄어드는데, 중국발(發) 밀어내기 여파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에 내몰렸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웬만한 업종이 거의 다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시장금리의 역습이다. 기준금리는 멈춰 있는데, 시장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연 3.4%대로 치솟았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연 2% 중반대였다. 회사채 시장에선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노조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곳곳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에 기댄 하청업체 노조가 “진짜 사장 나오라”며 원청기업을 뒤흔든다. 경쟁사보다 돈을 더 달라며 총파업을 준비하고(삼성전자 노조), 회사 임원 사무실을 때려 부수는 사태(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도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도 움직여야 한다.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기업 초저리 대출과 지분 투자 규모를 키우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산업용 전기료 추가 인하와 일시적 법인세 감면 등 특단의 조치도 고민해보길 권한다. 특히 노동권에 대한 메시지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취지는 살리되 도를 넘는 폭력과 불법 파업에는 엄정한 법 적용 원칙을 명징하게 세워야 한다. 노조도 변할 때가 됐다.
불확실성 시대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 간 패권 경쟁이 곧 국가 흥망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조선 철강 등 산업 전선(戰線)에서 우리 기업들이 뒤처지면 안 되는 이유다. 밀리면 죽는다. 한국 기업들의 건투(健鬪)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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