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6월 ‘골드러시 작전’으로 불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의료사기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50개 연방검찰, 연방수사국(FBI), 보건복지부(HHS), 마약수사국(DEA), 국세청(IRS), 법무부 의료사기 데이터통합센터 및 암호화폐단속팀(NCET) 등이 합동으로 참여한 수사에서 146억달러 규모 의료사기를 적발해 32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 등 초국가적 범죄조직과 연계해 ‘메디케어’(65세 이상 고령자 및 특정 장애·질환자 대상 국가 건강보험) 서비스 부정 청구, 외국인 명의 도용 의료보험 청구 등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다층적 자금세탁,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 수혜자 기록 생성 등 첨단 범죄 수법도 동원했다. 물론 이를 적발해내는 과정에서도 팰런티어 같은 AI 데이터 통합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범죄 예방 분야에서 AI 활용이 보편화한 지 오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정된 ‘미국 부흥 및 재투자법’(ARRA)에 따라 연방정부 내 설립된 독립기구 ‘부흥책임투명성위원회’(RATB)는 팰런티어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약 84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 자금이 사기나 부정수급 없이 투명하게 집행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1억5700만달러 규모의 사기와 부정수급을 사전 차단했고 유령회사와 범죄 네트워크를 해체했다. 신원 도용과 다중 수급을 적발하는 등 수사 패러다임을 ‘선제적 예방 및 차단’으로 전환한 성공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AI는 범죄 예방과 수사에서 수개월씩 걸리던 분산 데이터와 정보 분석을 수분 내 완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복잡한 자금 흐름과 인적 네트워크를 거미줄 형태 그래프로 시각화해 범죄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효과적인 수사를 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팰런티어 같은 데이터 분석 플랫폼 도입 이면에는 ‘디지털 판옵티콘’(디지털 감시 사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핵심 리스크는 데이터 통합에 따른 사생활 침해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사법 통제의 무력화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3년 2월 중대범죄의 예방적 대응을 위한 자동 데이터 분석을 규정한 헤센주 공공안전질서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헤센주는 당시 팰런티어의 ‘hessenDATA’ 플랫폼을 활용해 매년 수천 건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자동 데이터 분석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봤으나, 법익 균형성 관점에서 기본권 침해 정도에 상응하는 요건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수사에서 AI 기술 활용은 금융 계좌 확인조차 계좌 추적 영장이 필요한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적법 절차를 보장하기 위해 위법수집증거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증거 수집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고 죄지은 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1심에서 구속됐다가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도 핵심 증거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녹음 파일이 허용 범위를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위법 증거라는 것이 무죄 이유였다.
공소청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찰이 해체되고 오는 10월부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검사 지휘권도 폐지됐다. 좋은 형사사법 제도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효과적이며 신속해야 한다. 2000년 이후 선진국은 첨단화되는 범죄에 발맞춰 수사 조직 및 수단을 확충해왔다. 아울러 그에 상응하게 수사권 오남용이 없도록 검찰과 법원의 사법 통제를 강화했다. AI 시대에 검찰 해체와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첨단 범죄 수사권과 사법 통제 강화, 형사증거법 개혁이 더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형사사법 제1의 목적은 범죄로부터의 사회 방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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