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멸실된 무허가주택도 조합원 지위 인정

입력 2026-03-25 16:14   수정 2026-03-25 16:19

재개발 사업에서 무허가 주택의 소유자도 일정한 요건만 충족한다면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고 아파트 분양권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특정 무허가건축물 중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건축물을 포함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 등 소유자는 재개발 사업의 분양대상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조합 정관에서는 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무허가건물확인원 등 증명 자료를 통해 자기 소유임을 입증하고 구청장의 확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특정 조합원으로 인정한다.

만약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중에 소유하고 있던 무허가주택이 화재로 멸실됐다면 해당 소유자는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이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K씨는 경기도 A재개발 조합의 사업구역 내 무허가주택을 매수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K씨 무허가 주택의 일부가 소실됐고, 시청에서 임의로 철거까지 해버렸다. 이후 A재개발 조합은 K씨에게 분양신청을 할 것을 통지했다. K씨는 분양신청까지 마쳤다. 이후 A재개발 조합은 “K씨의 무허가주택이 화재로 소실됐기 때문에 더 이상 조합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K씨를 분양대상자에 포함하지 않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았다.

K씨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무허가 주택은 불의의 사고로 멸실되었을 뿐이고, 이는 조합의 정관에서 정하는 조합원 자격 상실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1심 법원은 K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 제명·탈퇴 및 교체에 관한 사항 등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한다. 법원은 해당 조합의 정관에는 “조합원이 건축물의 소유권이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 등을 양도했을 때 분양신청 기한 내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을 때만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K씨의 무허가 주택 멸실은 조합원 자격 상실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A재개발 조합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K씨에게 조합원 자격이 상실될 만한 사유가 있거나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A재개발 조합이 즉각 항소했지만, 2심법원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도정법 및 조합 정관에 의해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지 않았다면 조합설립인가 당시 건축물의 소유자는 그 이후 건축물이 멸실되더라도 무권리자로 취급할 수 없다”며 “권리의 포기 등과 같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일정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노후화된 무허가 주택은 관리가 쉽지 않아 화재 등의 사고로 멸실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무허가 주택이 멸실된다고 해도 법과 조합 정관에서 정한 조합원 자격의 상실 사유가 아니라면 조합원 지위는 유지된다. 장래 분양권 역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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