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 주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오랫동안 준비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의 첫 고객사로 삼성SDI를 확보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덕이다. 전기차용 양극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테슬라가 유럽에서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도 주가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정규장에서 엘앤에프는 16.24% 상승한 14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 11.51% 치솟은 데 이어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
주가 상승에 포털사이트 엘앤에프 종목토론방의 개인투자자도 환호하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3년을 버틴 결과 드디어 수익을 창출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엘앤에프 주가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린 것은 삼성SDI와 맺은 1조6067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이다. 엘앤에프는 이달 30일부터 2029년 12월31일까지 삼성SDI의 미국 등 사업장에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전날 오전에 공시했다.
삼성SDI와의 LFP 양극재 공급 계약 규모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맺어진 LFP 양극재 공급 계약 중에서 중국 기업이 공급하는 계약을 제외하면 최대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오는 2029년까지 유효한 계약이며 별도 이슈가 없을 경우 2032년까지 자동 연장되는 만큼 실적 가시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에 공급된 LFP 양극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드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창민 연구원은 “현재 미국 내에서는 중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ESS용 LFP 양극재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엘앤에프는 이 같은 흐름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앤에프가 선제적으로 LFP 양극재 생산을 준비해온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엘앤에프는 2024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LFP 배터리 기술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공식적으로 LFP 양극재 개발에 나섰고, 작년 8월부터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했으며, 같은해 9월에는 LFP 양극재 생산을 전담할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설립했다.
당초 LFP 배터리는 중국 2차전지 업계에서만 사용하는 ‘저가형’ 제품으로 인식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무게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아 전기차용 배터리로 사용할 경우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이외 국가의 2차전지 업체들이 주력하던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면서, LFP 양극재의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부각됐다.
비(非)중국 기업으로서 LFP 배터리 양산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실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내 탈(脫)중국 양극재 수요가 강화되는 가운데, 2030년 산업가속화법(IAA) 도입 및 소형 전기차에 대한 혜택에 따라 저가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장에서 엘앤에프가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양산에 성공하면 ESS를 넘어 전기차용까지 고객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단기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엘앤에프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2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3월 들어선 이후 제시된 엘앤에프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대부분 기존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883억원과 850억원을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612억원), 키움증권(601억원), 흥국증권(510억원), 현대차증권(503억원)도 현재 컨센서스보다 높은 추정치를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의 추정치는 393억원이다.
깜짝 실적이 점쳐지는 배경은 주력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고객사인 테슬라의 차량 판매 회복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유럽 판매는 12개월 만에 성장세로 전환했다”며 “기저효과도 있지만,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저 가격 도입이 시작돼 가격 경쟁이 완화된 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네덜란드에서의 완전자율주행(FSD) 승인이 이뤄지면, 하반기 테슬라 차량 판매량은 더 가파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튬 가격 상승에 따른 일회성 이익도 기대되고 있다. 이창민 연구원은 “작년 말과 비교해 리튬 가격이 23.9% 상승해 수백억원 수준의 재고평가손실 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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