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일명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송환돼 같은 날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압송됐다. 경찰은 박왕열과 관련해 3개 경찰관서에서 진행 중이던 마약 사건을 경기북부청으로 병합해 수사하기로 했다. 박왕열은 국내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받은 뒤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복역하게 된다.
25일 경찰과 외교당국에 따르면 박왕열은 한국-필리핀 간 범죄인 임시인도 청구에 따라 이날 오전 6시34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오전 7시17분께 출국장을 빠져나와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이번 송환은 정부가 필리핀 측과 협의해 추진한 범죄인 임시인도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3월 3일 마닐라에서 열린 한국-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박씨의 임시 인도를 요청했고, 마르코스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며 “관계 부처와 주한 필리핀대사관이 긴밀히 소통한 결과”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왕열의 국내 범죄 혐의는 그동안 3개 경찰관서에서 각각 수사되고 있었는데, 수사 효율성을 고려해 경기북부청 광역범죄수사대에서 사건을 병합하기로 했다.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기북부경찰청은 3개 경찰관서의 피의자 관련 마약 범죄를 일체 병합해 집중 수사할 예정”이라며 “체포 당시 압수한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충분히 분석하고 공범 조사 등을 통해 마약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왕열을 상대로 신속히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 송치 이후에도 여죄 여부를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박왕열은 앞서 필리핀에서 저지른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었다.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는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뒤, 투자 수익금 배분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2016년 10월 11일 필리핀 바콜로드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이들 3명을 총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2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왕열은 사건 직후 검거돼 수감됐지만 필리핀에서 두 차례 탈옥을 시도했고, 이후 살인죄 등으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수감 이후에도 이른바 호화 교도소 생활 속에서 국내 마약 유통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송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왕열은 필리핀 수감 생활 중에도 다량의 마약을 국내에 반입·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그는 현지 교도소 안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부와 접촉하며 국내 마약 유통망을 움직여왔다.
법무부와 외교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송환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면밀히 분석해 박왕열이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와 다수의 공범, 범죄수익 규모를 확인하고, 범죄수익 환수 절차도 병행할 계획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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